봄인지 아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헷갈리는 날씨에 텃밭의 채소들은 그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그동안 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농사에는 많이 부족하다.오히려 봄가뭄이라 해야 맞다. 들깨, 취, 열무, 쑥갓들을 파종했지만 파종 후 한 차례 물을 듬뿍 준 후 집을 비웠더니만 거의 발아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집 앞마당의 부추는 2주만에 다시 왕성하게 자랐다. 그 앞의 도라지는 날씨 때문이지는 몰라도 많이 죽고 싹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뿌리보다는 꽃 때문에 심었는데...
고추는 다행히 잘 자라고 있다.
잘 성장한 고추는 벌써 꽃을 피우려 한다.
뒤란 텃밭에 열무와 쑥갓을 다시 파종하고 물을 흠뻑 주다.
그런데 열무는 2,3년 전 씨앗이 많이 남아있어 안되면 그냥
버린다는 마음으로 잔뜩 뿌려 버렸다.
감자는 이제 순지르기를 할 때가 되었다. 종자가 좋아서 인지 자색감자는 방치하고 있는 편인데도 잘 자라주고 있었다. 제초작업과 함께 가지와 잎 사이에 나고 있는 새 순을 일일이 제거해 주다. 쪼그려 앉아 일한다는 게 상당히 피곤하다.
겨울을 난 상추도 무럭무럭 자라고...
얼마되지 않는 취는 한 차례 잎을 채취했는데도 다시 무성히 새 잎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정말로 방치하고 있는 머위는 올해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런데 그 앞에 파종했던 열무는 싹이 일부만 돋아 얼마 후 다시 파종할 생각이다.
야콘의 생리가 궁금하여 시장에서 모종 3주를 구입해 심어 보다.
호박도 잘 자라고 있다. 시골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아무튼 올해는 물과 거름관리를 잘 해 볼 생각이다. 내가 특히 호박잎을 좋아 하므로...
많지 않은 양이지만 상추를 수확하다. 그래도 우리집만 먹기에는 많은 양이어서 누군가와 나눠먹기로 하다. 아쉽지만 많은 고마운 주변 사람들 중에 맨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그래도 내가 어렵고 힘들어 할 때 물심으로 도와 준 사람이다. 누구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한정된 양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겐 참 미안한 마음이다. 상추 한 주먹 따서 보낼 수도 없고... 이런 모습 누구에게나 안 보이도록 하는 게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
작은 박스에 청상추와 홍상추 그리고 부추와 취나물, 한 가지 더 두릅을 2차 수확하여 종합 셋트를 만들어 보다. 시장에 가면 불과 2-3천원이면 살 수 있는 양이라서 낯간지럽지만 내가 소중히 가꾼 것들이니...
- 2010. 5. 1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