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의 이상 기후로 인해 올해 농사가 평년보다 10여 일 늦은 편이라는 것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감자도 마찬가지다. '하지감자'란 말이 있듯이 지난 6월 하순 경에 수확해야 정상적인데 주변을 살펴 보니 요즘 감자 수확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들어 와 마음이 급해졌다.
자색 씨감자를 구해 심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수확시기가 찾아 온 것이다.
게으른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 불과 2주일 사이에 잡초밭이 되어버린 감자밭에서 시험적으로 감자를 캐어 보다. 상태를 보니 다음 주 정도가 수확 적정 시기가 아닌가 싶어 그리 하기로.
궁금하여 두어 뿌리만 우선 캐어 보니...
씨알이 제법 굵다. 일반 감자에 비해 줄기 하나에 감자알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어 캐는 작업이 매우 수월한 편이었다. 무척 건강해 보이기도 하고...
맛이 어떨까 궁금하여 밥솥에 넣어 함께 쪄보니 흡사 밤을 삶은 것처럼 색깔이 노랗고 씹는 맛도 비슷하였다.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그러나 비교적 무른 편인 일반 감자에 비해서는 확실히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 2010. 7. 4(일)
그 후 닷새가 지나고,
시골에서 마늘을 사야 한다는 아내와 함께 내려 와 나머지 감자를 캐다. 내일 오후부터 비가 온다 했기에 오늘 서둘러 수확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감자밭을 뒤엎은 잡초더미를 헤치고 감자를 캐다.
아내는 실한 것 위주로 감자를 골라 담고...(사실 실한 것은 거의 없다, 그냥 흙을 털어 낼 뿐이지...)
수확한 것이라고 해 봐야 기껏 이 정도 양 밖에 되지 않는다. 자색감자를 한번 심어 보겠다는 이웃 고추밭 아줌마에게 한움큼 드린 것 말고는...
아이구- 하며 시시껄렁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내는 이 정도 감자면 시장에서 돈 만원 주면 사겠다는 빈정거림을 보낸다. 좋은 것으로 상품 1상자에 1만 2천원 하더란다.
그래도 나는 기죽지 않으려고
"아니, 그래도 한 2만원 어치는 되지 않나?"하며 조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응수하다.
따글 따글한 게 맛있게 보이는 데다 그래도 내가 직접 가꾸고 수확한 것이니 이걸 어떻게 돈으로 값을 매기랴!
그래 내년에 좀 더 잘 해보자.
다짐은 항상 그렇게 하지만... 암튼 올해 감자농사는 끝!
- 2010. 7. 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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