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팔자에도 없던 개복숭아를 따야 하다니... 단순히 꽃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던 개복숭아 나무여서 평소 열매에는 관심도 없었다. 더구나 어느 정도 익었을까 하면 열매마다 온통 벌레가 먹곤 한데다...
오늘은 좀 일을 쉬며 여유 좀 부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다.
" 개복숭아가 매실보다 좋다고 그러네. 그것 좀 따 봐- 엑기스 만들어 보게 "
이제는 전화로 일감을 원격 조정하는구나.
"누가 그런 소릴 해? 그게 뭐가 좋다고- "
비록 "개"자 붙은 나무이긴 하나 그래도 집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애정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워 그러마고 대답한다.
나무 가지를 헤치며 땀흘려 이 정도의 제법 많은 양을 땄다. 거의 벌레가 먹어 쓸모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일단 모두 따기로 했다.
원래 명사 앞에 "개"자가 붙어 있으면 그게 별 볼일 없다는 의미다.
괜히 개복숭아를 따느라 팔자에 없던 개팔자가 되어 개고생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퍼뜩 들다.
선별작업을 해 보겠다고 차분히 앉아 작업을 시작했는데 벌레 먹은 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벌레들이 과육에 구멍을 뚫고 깊숙히 들어 가 있다.
하여 대부분을 버려 버리다.
"괜히 이것 따느라 개고생했네... "라는 혼잣말을 해 가며...
그 중 실한 것 몇 개..(?)와 잘 다듬어 낸 여러 개를 잘 씻어 장독대 앞에서 물기를 말리고....
면에 나가 갈색설탕 5KG짜리 한 포대를 6,900원에 사 가지고 와서 매실과 교차하며 항아리에 담아 보다.
시행착오를 겪어 본다 생각하며....
아내에겐 애써 딴 개복숭아 벌레먹어 결국 모두 내버렸다고, 괜히 개고생만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 2010. 7.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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