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내집도 물폭탄 맞다

소나무 01 2010. 8. 18. 11:09

 

 

지난 8.13부터 사흘동안 이곳 익산 지방에 300여 mm에 가까운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뇌성벽력도 엄청났다. 마치 이 세상의 종말이 온 것 처럼.... 이렇게 많은 비는 처음이란다.

 

밤 새 잠을 설치고 아침에 주변을 살펴 보니 아불싸, 대문에서의 진입로가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난감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이를 어찌할꼬... 자갈을 사다 쏟아 부으면 되겠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것 같지 않고... 

 

움푹 패어버린 진입로는 작은 계곡이 되어 버렸다.

 

2007년에 집을 지어 살게 된 후처음 겪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차량 통행이 불가했다.

땅이 마사토인데다 진입로 자체가 경사져서 산 쪽에서 쏟아져 내려 온 물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쉬엄 쉬엄 내 힘으로 복구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침 저녁으로 꽃과 나무를 돌보며 텃밭을 가꾸고 나머지 시간엔 조용히 책과 함께 보내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어긋나게 되었다. 전원생활이란 게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옷을 벗어 던지고 삽과 손수레를 챙겼다. 어느 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동안 쏟아진 비의 양에 비례하는 땀이다. 이런 때 아들 녀석이라도 있으면 넘쳐나는 힘을 빌리기도 하겠지만 형편이 그렇지도 못하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사우나에서 땀을 빼기도 하는데 나는 이렇게 노동을 하며 건강한 땀을 흘리고 있지 않는가! 하면서.

 

 

 

         집 뒤편의 내집과 이웃 고추밭 사이에는 하나의 폭포가 되어 버렸다. 평지였는데

                        누군가 집 뒤편으로 집을 짓겠다고 터를 닦은 후에 배수로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랗게 되어 버렸다. 이래서 산사태가 나는 모양이다.  

 

 비바람에 울타리의 개옻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고...

정원에 심어 진 소나무도 넘어 지고...

 

내집 차고에도 토사가 흘러 내려 어지럽게 변했다.

 

 마당으로 쏟아 져 내린 토사(거의 모래에 가깝다)를 퍼 담아 다시 원래의 자리에 쏟아 붓기로 하다.

 

손수레를 끌고 땀 흘리며 경사로를 올라 복구 작업을 시작하다. 포크레인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런 중장비에 비해서는 사실 너무 작은 일이다.

 

잠시 밖에 나가 보니 주변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집 앞의 제방 한 쪽이 터져 엄청난 양의 토사가 잘 자라고 있는 벼논을 덮쳤고...

 

고목이 뿌리 채 뽑히고 작은 개천의 물이 넘치고 둑이 터져 농로가 끊겼다.

 

 마을 앞의 시멘트 도로도 밑둥이 패이고 흙이 떠 내려 가 무너 져 내려 버렸다.

 

이번 비로 속이 많이 상했지만 주변의 다른 피해에 비해 나는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집에 물이 차고 무너지고, 논밭이 침수되고 비닐하우스가 무너 져 내린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망연자실해 할까. 비통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피땀으로 가꾼 농사인데 그게 돈으로 보상이 된 들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고추농사가 엉망이 되어버린 고추밭에서 바닥에 떨어 진 고추를 하나 하나 줍는 40대의 한 아낙네. 이게 잘 되어 자식들 가르쳐야 되는데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냐며 새까매진 장갑의 두 손으로 뜨거운 눈물을 훔치던 TV화면에서의 그 아주머니의 탄식이 절규처럼 들린다. 

 

엄청났던 천둥번개 때문이었는지 내 인터넷도 끊겨 버려 이제서야 내집이야기 하나를 올린다.  

                                                                              - 2010. 8.18(수)

 

그리고 며칠이지나고...

쉬엄 쉬엄 이틀만에 복구작업을 일단 마무리하고 시험 통행을 하다. 

 

 

 폭우로  심하게 패였던 그 자리에 차를 세우고 한 번 살펴 보고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폼을 잡고 차량 통행 재개 기념사진을 찍다. (8.19)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가을이 오는지...  (0) 2010.09.27
이렇게 좋은 날에...  (0) 2010.09.01
시집 온 칸나가 어느 새...  (0) 2010.08.07
고마운 정을 심다.  (0) 2010.07.18
솜리 낭산연꽃축제  (0) 201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