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우리집 꽃밭엔 아버지가 심어 가꾼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을 지금의 내집 꽃밭에 키우며 추억에 빠져 보기도 하고 그리운 아버지 모습을 떠 올려 보기도 하지만 꽃밭을 만든지 3년이 지나도록 몇 가지 채우지 못한 게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칸나.
한여름이면 높이 솟은 새빨간 칸나꽃이 뜨거운 정열을 느끼게 했고 꽃잎을 따서는 친구와 서로의 이마에 붙여 주며 놀기도 했었다.
그 칸나 종근을 구하려고 평소 종묘상을 여러 군데 수소문해 봤지만 어인 일인지 구입이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지난 해 가을 어느 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칸나 구근 판매"를 쳐 봤더니 칸나를 분양한다는 한 블로그와 접속이 이루어 질 수 있었고 다행이 경합자가 없어 1상자에 달하는 제법 많은 양의 칸나 구근을 구할 수 있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그것도 무료로 보내 주신 것이었다.
칸나는 내한성이 없어 가을에 뿌리를 캐어 일정한 장소에 얼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 하여 서울의 아파트 베란다 광속에서 겨울을 보낸 칸나는 올 봄 시골 내집에 옮겨 져 울타리 주변에 심어졌다. 내한성을 테스트해 본답시고 서너 뿌리는 지난 늦가을에 심어 봤는데 20cm 이하로 제법 깊이 파묻었는데도 모조리 얼어 죽어버렸는지 봄이 되어도 소식이 없었다.
봄이 기다리는 나날이 유난히 지루하였다. 선생님께서 4월 중순에 심는 게 좋다고 친절하게 메모까지 해 주셨는데 마음이 급한 나는 4월 초에 모조리 심어 버렸다. 빨리 싹이 나오라고-.
그런데 4월초에 심은 구근들 역시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게 아닌가. 뭔가 잘못되어 모두 죽어버린 모양이라고 은근히 걱정하며 심어놓은 곳을 자주 살피면서 하루 하루를 보냈는데, 어휴∼ 한 달 반이나 지난 5월 중순이 지나서야 겨우 싹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발아온도가 매우 높은 화초라는 것을 가르쳐 준 셈이었다. 하여 얼어죽은 것 말고는 모두가 완벽히 발아하여 지금 잘 자라고 있다.
△ 인천의 김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칸나가 넓은 잎을 펼치며 쑥쑥 잘 라자고 있다. 이곳을 비롯하여
울타리 주변에 나눠 심었다.
그런데 칸나를 주신 인천의 김선생님께서 얼마 전 메일을 보내 와 이번에는 노랑꽃창포를 보내주시겠다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내가 평소 구해 심으려고 생각이 날 때마다 이리저리 신경을 썼는데 구하지 못하고 있던 품종이었다. 선생님이 어찌 내마음을 그리 잘 아셨을까. 고맙고 또 고마웠다. 잘 키워서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드리겠노라 약속했다.
어떻든 선생님의 그 속깊은 배려에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키워 볼 셈이다. 그리고 다행히 모두들 잘 성장하여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면 나도 또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 줄 셈이다. 물론 인천의 고마운 선생님 얘기를 사연으로 덧 붙여서 말이다.
△ 활착이 잘 될 수있도록 잘 처리하여 젖지 않도록 비닐주머니에 담아서는 다시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주신 노랑꽃창포. 김선생님은 택배비도 당신 부담으로 해 주셨다.
△노랑꽃창포는 둥그런 함지박에 심어 연못에 적당한 깊이로 빠뜨렸다.
△ 흙이 담긴 함지박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시집 온 노랑꽃창포 줄기와 뿌리에 붙어있던
미생물 때문인지 보이지 않던 금붕어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 선생님은 또 보너스(?)로 수련 한 뿌리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산다는 루드베키아를 함께 보내 주셨다.
- 2010. 7.1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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