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유난히 불안정했다. 그래서 길었다.거의 매일같이 쏟아진 비 때문에 피해도 많았고 어느 만큼은 지쳐서 마음도 닫혀져 있었다.
길었던 여름,
그래서 지루했던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이 오는 것인지 파란 하늘에 햇볕이 맑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내집의 가을은 어느 만큼 왔을까...
눈을 떠 창밖을 보니 앞마을 뒤 오금산 자락에 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오랜만에 대하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이어서 기분 좋을 수 밖에.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마당으로 나서다.
봄에 뿌렸던 씨앗들이 잘 발아하여 이 가을에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다. 앞마당 경계의 코스모스 꽃밭에서.
이른 봄에 나물로 먹던 취는 주인에게 그 많은 잎들을 내어 주고도 하얗게 꽃밭을 이루었다. 쌉쓰름하면서도 향이 독특한 취는 내가 좋아하는 봄나물이다.
취는 결국 봄 한철이지만 가을의 이 취꽃을 보기 위해 지금 껏 밭에서 길렀다.
나름대로 남몰래 겪어야 했던 지난 여름동안의 지친 내 심신에 청초함으로 위로를 주는 내 내면의 꽃인 듯...
꽃 하나 더. 봄부터 쉬지않고 꽃을 피워내는 해당화.
사랑하는 여인의 향기처럼 그 향내가 너무 곱기만 한데 유난히 하얀 해당화가 맑은 햇볕에 눈부시다.
잔디밭에 떨어진 꽃씨 하나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냈다.
촘촘한 잎새와 뿌리 때문에 여간해서는 다른 종자들이 번식할 수 없는 잔디밭, 그런데 백일홍 하나가 싹을 틔워 내버려 두었더니 결국 이렇게 예쁜 자태를 만들어 내 지난 여름을 돌아보게 한다.
뒷 동산의 밤송이는 한창 제철이고....
호박이 늦바람 났다. 그동안 비를 흠뻑 맞아서인지 줄기를 힘차게 뻗으며 여러 개의 호박을 매달았다.
그 가운데 몇 개는 늙은 호박으로 이미 거두었고 또 몇 개는 겨울의 별미를 위해 이렇게 햇볕에 말리다.
가지도 잘라서 건조대에서 말리고...
4시 무렵의 서쪽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새 깃털처럼 가볍게 보인다. 가을은 가을이다.
저 구름을 따라 멀리 멀리 떠나보고 싶다. 그래서 가을은 나를 성숙케 하고 또 누군가를 그립게 하고...
- 2010. 9.2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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