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쉬었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도 있지만 일과에 새로움이 거의 없었다. 반복과 반복의 연속.
햇빛 좋았던 어젠 마당에 제멋대로 흩어 뒹구는 낙엽과, 텃밭과 화단에 하얗게 말라 비틀어진 풀과 덤불들을 긁어 모아 모두 태우다. 지난 해 잔디를 태우다 크게 번지는 바람에 혼쭐 난 바 있기에 이번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작업하다.
너무 번지거나 시야를 가리는 울타리의 아카시아도 몇 그루 베어 내고.
그리고는 오늘,
아침엔 눈발이 제법 날리더니 어느 새 비로 바뀌어 줄기차게 내린다.
잠시 그친 틈을 타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 본다.
내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매화보다도 수선화다. 화단 한 켠에 어느 새 파랗게 싹을 내밀었다.
그 추위를 잘도 견뎌내고.
봄의 전령은 아무래도 매화다. 빗물을 머금은 꽃망울마다 이제 어쩔 수 없는 봄 임을 알리며 특유의 춘향을 눈으로 보게 만든다. 올핸 여러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 있어 열매가 적잖게 열리겠다는 탐욕이 생겨남도 어쩔 수 없다.매화의 세월은 오직 정직할 뿐인데도.
텃밭의 시금치도 추운 겨울을 잘도 견뎌냈다. 참 오지다. 지난 가을에 심어 둔 마늘과 양파와 함께 수확의 기쁨을 안겨 줄 고마운 존재다. 상추도 그렇고.
부슬 부슬 나리는 봄비 속의 매화를 또 본다.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여러 종류의 화초가 있어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다.
최근에 무연히 귀에 꽂히는 노래, 소설가 이제하가 만들었다는 '모란동백'. 조영남이 노래 잘 부른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자신이 죽으면 '딜라일라'나 '화개장터'가 아니라 이 '모란동백'을 불러 달라는 말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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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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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은 모란이고 2절은 동백이다.
그 모란동백도 죽지않고 살아
내집 마당에서 꽃망울을 키우고 있으니 올봄은 유난히 각별하다.
- 2013. 2.22(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