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 수 없는 고구마꽃이 한 군데에 3개나 피었다. 고구마 그 것처럼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정감이 간다.
좋은 일?
그런데 그게 아니고,
며칠 전 작은 흔적만을 남기고 돌아갔던 멧돼지가 간밤에 왔다 가다.
마치 나팔꽃처럼 보이는 고구마꽃.
멧돼지놈들이 무참히 파헤친 고구마밭. 나눠먹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가면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전업 농가의 멧돼지 피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일찍 심은 호박고구마 뿌리에는 작은 알들이 달려 있었는데 모조리 먹어치웠다. 멧돼지가 내집 바로 뒤에까지
침입하다니...
재배 텃밭의 절반 정도를 파헤쳐 놓았다. 간 밤에 내린 비 때문에 후벼 파기도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D데이로
택했나? 사후 약방문이지만 녀석이 한 번 맛을 보고 간 터라 적절한 방법으로 울타리를 치기로 하다.
녀석이 일을 만드네. 내 참...
한편으로는 내가 그만큼 산과 가까이, 산을 기대고 산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멧돼지 이놈! 어디 낮에 한 번 나타나서 알굴을 좀 내밀어 보라!"
오늘 아침엔 고라니 새끼 한마리가 나타나 나를 멀뚱 멀뚱 쳐다보다가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
- 2014. 7.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