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은 나보다 섬세한 감각을 가졌다. 경우에 따라 나는 대충 해대는 성격인데 아들 녀석은 사뭇 진지할 때가있다. 남자가 저려면 안되는데... 하다가도 요즘엔 유명한 세프가 모두 남자이니까... 하면서 애써 모른체 한다.
집 뒷뜨락에 흔해빠진 금계국. 집이 지어지면서 서울 관악산 자락에서 씨를 받아 와 주변에 뿌렸는데 그 엄청난 번삭력 탓에 그간 많이도 번졌다. 봄부터 가을이 올 때까지 노란 꽃을 연달아 피워 내 기쁨을 주는 꽃이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꽃을 따 이렇게 말렸다.
나 같으면 대충 말렸을 텐데 녀석은 꽃 하나 하나를 이렇게 가지런히 배열해서 건조시키고 있었다. 물론 양이 적은 탓이겠지만 그 마음이 꽃처럼 예뻐 보이면서도 "사내 녀석이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더 한건 사실이었다.
이제 제철이 지난 편이지만 금계국은 아직 쥣뜨락에 드문 드문 피어있다.
바구니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아들 녀석 뒤를 조카 녀석이 따라 오르고 있다.
뭔가 신기한 볼거리라도 있으리라 생각하는지...
말린 꽃잎을 불판에서 덖더니만 이렇게 고운 빛깔의 차를 만들어 냈다. 향과 맛이 있으면 더욱 좋으련만 그런 건 아니었고, 인터넷을 뒤졌는지 금계국차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면서 씨익 웃으면서 한 잔을 권한다.
- 2015. 8.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