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시골의 어떤 집을 방문하면 노랗게 익어 나무에 매달린 모과가 그리 보기 좋았다.
"언젠가 넓은 터가 있는 시골에 살게 되면 모과나무를 꼭 심어야지... " 그랬다.
그 모과나무를 심은 지 10여 년이 가까와 지도록 열매가 없더니만 올해 처음으로 모과가 열렸다. 눈에 쉽게 띠지 않아
그저 서너 개 열렸겠거니 했는데,
그런데 가을에 이르러 휑해진 나뭇잎 사이로 수없이 많은 열매가 보인다.
"아니 이럴 수가..."
하지만 그것도 그냥 얼마동안. 모래땅 때문인지 아님 꼭지병 때문인지 우수수 떨어져 버리고...
이제 겨우 대 여섯 개 정도 남았을 뿐.
대부분 벌레 먹은 것 같다. 날마다 떨어진 것들이 아까워 한 쪽에 그냥 모아 두다. 집에 찾아 온 이가 그냥 집어 가기도
하고...
추석 때 잠시 내려 와 며칠을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던 아들 녀석이 그 중 몇 개를 집어 와서는 설탕에 재웠다. 그 단단한 덩어리를 끙끙대며 잘게 썰었는데 그 정성이 참 대단했다(왼 쪽)
모과는계속 떨어지고...
귀찮게 여기던 나도 생각 끝에 어제서야 몇 개 주워 와 역시 설탕에 재웠다. 그러나 잘게 써는 것 역시 귀찮아 투박하게 썰어 대충
대충... (오른 쪽)
모과향이 살아날지, 그건 모르겠다.
- 2015. 10.2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