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이 지나도록 건겅 상의 이유로 도끼자루를 잡지 못했다. 이젠 되겠다 싶어 시험삼아 장작을 패 보기로.
철도공무원이었던 선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도끼질엔 익숙해져 있는 터였다. "침목갱환"이란 이름으로 폐기 처분된 기름먹은 침목을 집에 가져 와 도끼질로 땔감을 만들었다. 따라서 도끼질의 자세와 요령을 잘 알고있는 편.
침목 대신 집 주변에서 간벌한 주로 아카시 나무들을 패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명쾌하여 기분이 좋다. 손과 허리를 완벽하게 쓸 수는 없지만 도끼질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어
다행이랄까. 화목으로 일품인 아카시나 참나무류에 비해 팽나무는 도끼날이 잘 먹지 않아
힘들었던 편.
시중에서 파는 농기구용 자루를 그대로 끼워 사용했더니 자루가 길어 내리꽂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겨냥을 잘못한 채 휘두르면 한순간에 자루목이 부러져 나간다.
그래도 기분이 상쾌. 더구나 장작불과 함께 있으면 모든 상념들이 사라지기에
더욱 좋고.
실은 아내를 위한 온돌방 불때기지만 군불지핀 따끈한 아랫목에서
잠잘 수 있음이 행복 아닌가 싶다. 아직 아침 저녁으론 쌀쌀하기에.
- 2019. 4. 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