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가까운 곳에 시조시인이셨던 가람 이병기선생 생가가 있다.
나무를 좋아하는 내 성향으로 보면 그 곳 한 켠의 2백년된 탱자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오지만
낮은 산자락 밑으로의 초가가 포근함과 아늑함을 안겨 준다.
선생의 생가에서는 무엇보다 수우재(守愚齋)라는 사랑채의 당호가 마음을 끌어 당긴다.
스스로 그의 지혜로움을 감추고 어리석은 듯하게 살아 온 흉내낼 수 없는 겸허와 고결한 인성 때문 아닐른지.
그의 가람이라는 호처럼 그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 항상 그침이 없이 나아가는 그런 강을 닮아서일까.
그는 "뒤에는 샘이 있고 앞에는 바다가 있다. 그것이 곧 가람"이라고 했다.
안채에 사용된 재목들은 이처럼 생김새 그대로다. 곧게 뻗은 좋은 재목이 왜 없었을까만 이런 것들이 자연 속에 살고자 하던 그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나도 나이들어가고 있음에 이런 그의 시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런데 이 시비 뒤에 매화 고목대신 오래된 감나무가 있어 아쉬웠던 것처럼 이런 저런 조형물과 문학관의 배치 등이
방문객에겐 왠지 생경하게 다가오기도.
따듯한 봄햇살을 받으며 그의 옆에 앉아 시공의 굴레를 벗어나 보기도. .
- 2019. 4.12(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