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미륵산 남쪽 산자락에 있고 미륵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 용화산이다. 용화(龍華)라는 게 후에 미륵불이 나타나 지상낙원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에 유래하지만 산을 오르다 보면 다만 건조할 뿐 마땅히 쉴 곳도 없어 삭막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집에서 늘 보게되는 산이라 친근한 편이라고나 할까.
그 까닭인지 10년 넘게 이곳에 살면서 단 한 번 올랐을 뿐이었다. 한 때 이 고장의 산들을 나름 섭렵했다 싶을 정도로 산행을 즐겼지만 막상 산자락에 살다보니 굳이 산을 오르고 싶은 욕구가 없었고.
그런데 최근 근력이 약해지는 느낌이 있어 산행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다.
물과 적당한 간식을 허리에 두르고 걷기 시작하다. 어느 새 낙엽.
오솔길 옆으로는 거의가 참나뮤류와 소나무 그리고 간간히 생강, 예당, 모간주 나무 등이 보일 뿐 단조롭다. 진달래 한 그루가 철을 분별하지 못하고 분홍의 꽃을 피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보는 이에게는 잠시 경탄의 감흥을 주니 그 철없음(?)이 고맙다.
산아래 군부대의 사격장이 있어 오른 편은 죄다 철조망이어서 역시 삭막할 따름이지만 한 두군데 가을 들녘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랄까.
눈 앞으로 미륵산이 눈 아래로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용화산보다 100여 m가
더 높다. 해발 270m 쯤 되는 곳에서 잠시 쉬며.
용화산 정상(342m).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그야말로 동네산이다. 후손을 위한 발복도 좋지만 누군가 정수리에 묘를 써서 보기에 민망하다. 사방으로 나무에 들러싸여 주변 조망도 불가능하다.평소 스타일대로 혼자 산행했지만 주말인데도 등산하는 이가 없었다. 저 아래에서 열리는 '천만송이 국화축제'장에 갔는지. 정상에서 귀하게(?) 만난 한 분에게 셧터를 부탁하고.
- 2019.10.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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