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병아리를 키우다

소나무 01 2020. 5. 9. 15:36


내 기억 속의 병아리는 어미 닭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 다니던 어린 시절 집마당의 귀여운 모습이다. 그리고 학교 앞에서 팔던 종이상자 안의 노란 병아리.

산자락에 살면서 닭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잦아 아예 생각을 접었는데 집에 머무른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느 날 TV에서 산골 닭장을 보다가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우리에서 달걀들을 꺼내 오며 즐거워 하던 촌부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것을 집 주변에서 해결하기로 작정하고 닭장 짓기에 나서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 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았고, 또 그 만큼의 시간이 있었다. 주변에 흔한 아까시 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내구성이 있어 보였다. 뒤란 약간의 비탈진 곳에 터를 잡고는 일직선으로 잘 뻗은 나무들로만 골라 20 여 개를 베어 내 지주목으로 활용하기로.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버려두었던 폐자재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다만 족제비나 고양이 등으로 부터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철망은 인터넷으로 구입하다.



행색이 좀 초라해 보이지만 오히려 자연친화적인 맛이 있다는 것으로 자족하기로. 이제는 병아리 구입. 몸집과 알이 모두 작은 편이지만 어느 정도 약성이 있다고 알려진 백봉오골계를 구입해서 키워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진안에 사시는 의형이 20여 수 그냥 줄테니 키워보라는 바람에 모두 16마리의 토종닭 병아리를 종이상자 안에 담아 오다. 새 주인을 바라보는 병아리들이 그저 귀엽기만 할 뿐.



아직은 일교차가 큰 편이어서 낮에는 상자에 담겨진 채로 닭장과 잔디밭으로 내 놓았다가 저녁이 되면 보일러실로 옮겨주면서 오도 변화에 신경을 쓴 편이다. 거기에다 때 되면 모이를 주고 배설물로 더러워진 상자 안을 치워주고... 이 녀석들은 주인으로 부터 상전의 대우를 받게 되었다. 





내가 다가 가면 눈치를 보며 경계를 하다가 모이를 주면 일시에 달려 와 정신없이 쪼아대며 먹었다. 그리고는 물 한 모금 마시고...   



백봉오골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논산에 있는 농원을 방문해 모두 7마리를 구입해 오다. 기르고 있는 토종 병아리가 3주 정도 자랐기에 거기에 맞춰 3주차 병아리를 마리당 5천원에 구입. 육계용이 아니라 달걀을 원하는지라 암수 비율을 4:3 정도로 맞춰주라는 부탁을 했으나 주인은 암수를 잘 모른다는 대답. 아예 암수 구분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백봉오골계는 몸집이 유난히 왜소해 보였고 부리와 다리가 까맣지만 털이 모두 하얗고 보니 약간의 귀족풍을 느끼게 하는 듯.




합사했지만 토종과 오골계는 서로 자기들 끼리만 어울려 다닌다. 그런데 잠을 잘 때 만큼은 구분이 없다. 아마 체온관리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그 모습이 흡사 TV에서 봤던 남극의 눈보라 속 펭귄 모습이다. 


  초기에는 구입한 사료만 먹더니 5주 정도를 넘기자 이제 채소나 맵쌀, 멸치와 생선 등을 잘게 썰어 주면 잘 먹는다. 점차 잡식성을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녀석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나의 행동에 즉각 즉각 반응한다는 것에 키우는 재미가 있다. 



                                                                             - 2020. 5. 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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