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아니, 이게 무슨 꽃?

소나무 01 2022. 4. 23. 09:55

제초 작업을 하다가 자목련 나무 아래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본 순간 절로 터져나오는 말이 "아니 무슨 꽃이 여기에...". 처음엔 금전초려니 했는데 보라색깔이 유난히 짙고 꽃이 여러 개 무더기로 피었다. 잎과 꽃들이 납작 엎드린 채 땅에 붙어있었다. 이곳 내 집에서 살아오며 처음 보는 꽃이었고 물론 그동안 산과 들에서도 본 일이 없었다.

이럴 때 편리한 게 사진으로 찍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다음의 꽃 검색 기능이다. 이것은 "금창초일 확률이 99%"라고 나온다. 금창초(金瘡草)라는 여러 해 살이 들꽃이다. 항균과 지혈 작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약초. 그러나 그런 약성보다는 꽃과 잎의 형태가 특이해서 관심을 끈다. 잎은 마치 크리스마스 때의 장식용 나뭇잎처럼 생겼다. 주변을 살펴보니 더 이상은 없다. 딱 한 개다. 꽃씨가 어디에서 날아와 내 집 마당 한 구석에서 자라게 되었는지. 틀림없이 새 아니면 바람의 수고일 터.

 

 

그러고 보니 올 봄엔 유독 보라색 꽃이 주변에 많이 핀 셈이다. 가까운 산자락에서 볼 수 있었던 제비꽃이 내 집 마당으로 내려와 어느새 밭을 이루었다. 제비꽃 역시 번식력이 대단하여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그저 꽃을 대하는 기쁨으로 대할 수밖에. 제비꽃은 그 자태의 단아함과 아름다움 때문인지 노래 가사 등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 친근함을 주는 그런 꽃이다. 멀리 가지 않고 내 집 마당에서 대할 수 있음이 행복이다.

 

 

                                       (사진 왼쪽이 주름잎꽃, 오른쪽이 금전초)

주름잎꽃도, 현호색도 색깔이 보라색이다. 살펴보니 보라색 꽃의 비중이 적지 않은 편.

이 보라색은 숭고함과 침착한 느낌 등을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울감이나 비애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양면성이 있다. 난 후자 편이다. 언젠가 "천사대교"를 건너 신안 안좌면의 어느 섬에 갔을 때 다리와 지붕 등을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 이른바 "퍼플(Purple) 섬"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지만 내겐 너무 작위적이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 차악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보라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 성향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꽃은 다르다. 꽃은 그 어떤 색이라 할지라도 모두 아름다움을 준다. 그게 꽃의 마력일진데 그런 감정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처음 내 집을 찾은 금창초와 그리고 해마다 봄을 느끼게하는 금전초, 제비꽃, 금전초... 보라색을 한 꽃들이 피어있지만 이런 들풀이 있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내년쯤이면 금창초가 많이 퍼지게 되지 않을까.

가만히 보니 지금 피어있는 수수꽃다리와 박태기 나무의 꽃도 보라색 계열이구나.

 

                                                                                         - 2021. 4.2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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