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가 있는 황토방을 마련해 놓았으니 화목이 필요하다. 다른 방엔 전기보일러 시설이 돼있어 구태어 불을 지필 필요가 없지만 주로 아내를 위해서 아님 집 내부에 열기 공급을 위해 가끔씩 불을 때는 편이다.
땔감은 모두 뒷산에서 구한다. 산에는 고사목들이 그야말로 지천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비용이 들더라도 모두 수거하여 재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럴 형편이 못되고 보니 따로 처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자연적으로 고사한 나무도 있지만 대개는 태풍등의 영향으로 쓰러진 것들이다. 썩으면 거름이 되겠지만 수십 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지 않을까? 집에 아궁이가 있으니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 그러나 그 무거운 아름드리(?) 나무는 옮겨 올 방법이 없다. 운송용 차량은 고사하고 손수레도 다닐 수 없는 좁은 오솔길이기에. 지게라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싶지만 그 마저도 쉽지가 않다.
해서 둘레 길 산책을 나갈 때 마다 가볍게 들고 올 수 있거나 어깨에 둘러매고 올 수 있을 정도의 고사목만 골라 날랐다. 여러 장애가 없는 겨울철에만 가능한 일이다. 하루, 이틀.... 눈 내린 날을 빼고 지금까지 이 정도 모았다. 나로서는 적지 않은 수고다. 아직 1월 중순이지만 올겨울 땔감 준비는 이것으로 끝내기로.
화목은 참나무나 아까시같은 재질이 단단한 것이 좋으나 근처엔 대부분 밤나무나 은사시 같은 게 대부분이다. 소나무도 널려있지만 송진 때문인지 끄름이 많이 발생하여 연통이 막힐 경우가 크다는 조언을 들은 바 있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소나무 곁가지의 경우는 관솔이 많아 절단하기도 쉽지 않다.
간단히 해 치우기 위해 전기톱 신세를 진다. 벌써 17년 째 사용 중인 분신 같은 장비다. 전선을 끌고 다녀야 하기에 이동이 쉽지 않아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엔진톱에 비해 소음 발생이 적어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일정한 크기로 잘라 쌓아 두다. 대략 20여 일 정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많지 않은 양이지만 배부르다. 겨울나기용 땔감을 충분히 쌓아두면 배부른 것 같다는 산사람들의 얘기에 수긍이 간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던 예전의 연탄도 매 한 가지였다.
리어카로 싣고 온 연탄으로 부엌 한쪽을 채워 놓으면 어머니는 매우 흐뭇해하셨다. 이제 두어 달은 걱정없다 하시며 많이 들여놓고 쓰면 시간이 지날수록 잘 말라 잘 타고 가스발생 위험도 적다고 했다.
나도 흐뭇. 울 안의 여러 나무들을 가지치기해서 쌓아둔 게 상당량 있으므로 올 한 해는 이것으로 만족한다.
- 2023. 1.1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