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채소 중의 으뜸은 열무다. 다른 것들은 대개 쌈이나 국거리로 먹게 되지만 열무는 물김치를 담아 긴 시일동안 시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에 파종했던 것이 어느새 많이 자라서 김치를 담기로. 물론 내 실력으론 안되고 아내의 솜씨가 절대 필요하다.
아직 완전히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일정 때문에 적기를 놓칠 수가 있어 며칠 앞 당기기로. 묵은 씨앗을 파종하여 약간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싱싱하게 자랐다. 씨앗은 50g이 한 봉지이지만 수천 립이 들어 있어 한 해 200 립 정도만 사용하고는 많이 남아있는 양을 그대로 폐기하기가 아까운지라 대개 3년 정도를 쓴다. 경험해 보니 발아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성장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확 양이 많지 않은지라 뽑고, 다듬고, 담그는 전 과정을 아내가 도맡아 하기로.
주방의 싱크대가 아니라 장독대 옆 수돗가에서 씻는 일이 옆에서 보기에 좋아 보인다. 이런 게 전원생활의 기쁨이 아닌가 싶다.
" 맛있겠는데 - "
아내의 수고로움과 관계없이 작업이 빨리 끝나서 식탁에 편한 자세로 앉아 시식하고 싶은 마음. 내가 파종해서 잘 가꾼 것이니 그다음 일은 당연히 그대 아내가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약간의 거드름.
마침내 식탁에 올랐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연하게 씹히면서 싱싱함이 주는 담백함, 시원하고 매콤하고... 아무튼.
이후 생략.
그 후 며칠이 지나고,
열무 수확을 끝낸 자리엔 미리 심어 두었던 여유 분의 오이를 이식하고 망을 두르다. 해마다 씨앗을 받아 직접 발아시켜 가꾸는 것이라서 그만큼 애정이 가는 작물이다.
얼마 간의 시일이 지나면 이건 다시 아내의 솜씨로 시원한 오이냉채가 되어 한 여름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또 한 번, - 그런 맛에 텃밭 가꾸며 산자락에서 산다.
- 2023. 6.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