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함라산 줄기 따라

소나무 01 2023. 10. 14. 17:50

8시가 지나 마악 나서려는데 비가 오신다. 어제 오후에 확인해 보니 오늘 오후 2시 무렵부터 비 예보가 있어 그렇다면 오전 중 가까운 함라산에 다녀올 셈이었다. 그런데 시간 예보가 어긋난다. 결국 하루 뒤로 미루겠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잠시 후 구름이 걷혔다. 그래 바로 밖으로 나서야지.

 

멀리 함라산 줄기가 보인다. 평야 지대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차령산맥에서 뻗어 나온 외줄기 같아서 볼 때마다 스산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산의 입장이 되어보니  평평한 땅에서 삭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산이 아닌지.

학창 시절 인접한 함열역에서 내려 걸어서 재를 넘어 숭림사라는 절에도 갔었고 또 언젠가는 맘먹고 산 정상에 오른 바도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맘먹고 나선 셈이다.

 

 

내 집에서 조금 나서면 함라산 율재 초입까지  아직 통행량이 많지않은 쾌적한 2차선 도로가 뚫려있어 30여 분 만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휴일인 데다 시내와 가까워 등산인이 제법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다. 그래도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인지 등산로가 잘 닦여있다.

경사로엔 나무 계단을 길게 깔았는데 그 옆으로 나있는 산길. 사람들은 계단을 애써 피해 그 옆으로 길을 내 다니고 있다. 편하게 오르라고 내놓은 계단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보폭과 다리 굴절각의 차이 때문에 사실은 오히려 불편해한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 

 

 

함라산(咸羅山, 240.5m)은 야산이라 표현해도 좋을 듯싶다.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둘레길도 겸하고 있으니 산행과 산책을 겸하는 산이다. 급경사가 한 두 군데 있지만 다른 산악지대에 비하면 그냥 약간의 경사로라 표현함이 옳을 듯.

비교적 순탄하게 능선의 정상부까지 올라 서면 다음부턴 거의 평탄한 산책길이다. 좌우로는 소나무 일색의 단조로운 수종.   그나마 밀집돼 자라고 있어서 양 옆의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앞만 보고 걷다.

 

 

                         운무가 심해 멀리로 희미하게 보이는 미륵산.

 

어느 산이든 산행을 가벼이 여김은 경계해야 되지만 이곳 산은 아무래도 약간 높은 동네 뒷산이다. 약간의 기복이 있는 능선길을 걷다 보니 정상. 비로소 일정 부분의 시야가 확보된다.

 북쪽 저 멀리로 금강을 건너 부여 땅으로 이어주는 웅포대교가 아스라이 보인다. 그동안 구름이 많이 걷혀 햇살이 비추고 있는 탓에 그나마라도 조망할 수 있음이 다행이랄까.

반대편 남쪽으로는 내가 그 밑으로 살고 있는 미륵산이 운무에 가린 채 희미하게 보인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널따란 벌판을 가로질러 믿음직한 자태로.

 

입구에서 1.6Km의 길을 1시간쯤 걸었나 보다. 그냥 내려설까 하다가 너무 짧은 시간을 너무 편하게 온 것 같아 더 걷기로. 약간의 높낮이가 다시 반복되는 능선길을 따라 다시 서쪽으로. 1.2Km를 더 가면 봉화산(峰火山, 210.5m).

오던 길의 걷던 패턴 그대로 가볍게 걷는다.

 

 

함라재다. 금강의 웅포(곰개나루)에서 함라 쪽으로 소금과 생선 등을 지게에 지고 나르던 고갯길이다. 함라쪽에서는 주로 농산물을 날랐을 것이다. 

예전 고갯길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건너지르는 다리가 없어도 좋을 듯 싶은데 사람들은 늘 편리함만을 좇는다.

지금은 포구 쪽으로 여러 길들이 뚫려있고 강변에는 넓은 면적의  골프장이 들어서 있어서 금석지감. 아직 가보질 않았지만 금강유람선 선착장도 생긴 모양이다.

 

 

예전에 봉수대가 있어서 봉화산이라 불리는 모양인데 아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비록 산이 낮다 하나 정상 표지판도 없다. 덩그러니 정자 하나 지어져 있어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저 멀리 웅포대교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고 금강 하류 넓은 강폭의 시원스러움. 그러나 더 멀리로는 희미한 윤곽만 잡혀 아쉽다. 아주 맑은 날씨엔 서천 쪽의 앞바다가 보일 것 같은데...

그대로 내려 가 논둑길을 지나서 가을 강변을 걷고 싶은 마음 있으나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 3시간 남짓의 산행(산책)에 만족하기로.  다음번엔 점차 물들어 가는 단풍산에 가야 할까 보다 생각하면서.  

 

                                                                                    봉화산에서

                                                                         봉화산에서의 미역취 꽃

 

                                                                 - 2023.10.1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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