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지인이 씨앗을 건네줬다. 덩굴처럼 올라간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을 뿐 까만 씨앗은 마치 서리태처럼 생겨서 덩굴 콩의 한 종자인 줄만 알았다. 덩굴로 뻗는 동부콩을 심어본 일이 있었는데 시원치 않아 무관심했다. 마땅히 심을 만한 터도 없었다.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날 생각해서 종자를 건네준 그 마음이 고마워 결국 올봄 대 여섯 알을 자투리 땅 적당한 곳에 대충 파종.
그랬더니 마치 여주의 새 순 같은 싹이 돋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싹이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 반갑고 고마워 잘 길러보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었다.
전반적으로 매우 연약한 모습의 잎과 줄기였지만 나중에 어떤 모습이 돌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중 닭장 밖에 심은 것은 거름기가 있어서 인지 유독 성장세가 좋았다.
그리고는 몇 개의 곁순이 생겨나면서 아주 작은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계속 줄기를 뻗어 작은 꽃들이 필 것 같아 나머지 것들은 꽃밭으로 옮겨 심었다.
여기에서 콩이 나오는 것일까? 그러나 꽃이 너무 작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실체를 알아야 되겠다 싶어 검색을 시도. 그러나 워낙 꽃이 작은 탓에 검색창에서 인식을 하지 못한다. 휴대폰의 접사렌즈 사용으로도 불가능했다. 그러기를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확률이 29%라는 "풍선 덩굴"이란 이름이 얻었다. 콩이 아니었다.
그렇구나. 풍선 덩굴이구나. 처음 들어보는 꽃이름이었다. 자세한 검색을 통해 그 이름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키가 3m 이상 자라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덩굴 식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치 풍선이 여러 개 매달린 것 같은 씨앗주머니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된 외래종.
며칠 전 드디어 씨앗주머니가 생겨났다. 심은 지 4개월 만이다. 마치 꽈리 열매 같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관상가치를 높여주는 식물 같았다. 씨앗주머니들이 빨갛거나 노랗거나 하면 더 예쁘게 보일 텐데 그게 좀 아쉽게 느껴진다. 내 욕심.
주머니 안을 살펴보니 구슬같은 씨앗 세 알이 커가고 있었다.
올해는 시험 재배라고 해야 되나? 이제 실체를 정확히 알았으니 내년에는 어떤 곳에 심어야 보다 그 존재감이 돋보이게 될지 신경을 더 써 보겠다. 그리고 후에 씨앗을 거두게 되면 나도 누구에겐가 한 번 심어 길러 보겠느냐고 권해 볼 생각이다.
- 2024. 7.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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