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미륵사지 석탑 미디어아트

소나무 01 2024. 10. 13. 12:27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오랜 약사의 석탑과 현대 미디어 아트와의 만남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미륵사지 석탑에 여러 형태의 레이저 광선을 투사하며 현란한 모습들을 만들어 냈다. "전국 최초의 역사 유적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졌고 빛이 투사될 때마다 사람들은 우와, 우와 -  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빛과 역사와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에 대한 감탄일까.

아님 빛이 만들어 낸 신비스러운 형상에 대해 감탄하는 것일까.

 

 

 

 

규모 있는 문화 행사와의 접촉 기회가 적은 지역에서 가졌던 이벤트였고 보니 퍽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 9. 6부터 10. 6까지 한 달간 흔치 않은 볼거리(?)가 이곳 미륵사지에서 제공되었다.

어둠은 모든 것을 덮어 있었지만 레이저 빛은 깜 한 하늘에 움직이는 용을 선명하게 그려 움직이게 하는 가 하면 사리장엄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1,500년 역사의 돌탑은 돌탑대로 눈부신 빛을 연신 받아들이며 여러 형태의 선과 문양을 제 몸에 새겼다.      

참 오랫만에 대하는 흥미로운 광경이다. 

그런데 혹 석탑이 거북스러워하거나 고통스러워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근 20여 년에 가까운 기나긴 복원 시간을 가졌지만 아직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해 흙바닥에 놓여 있는 무수한 파면들에게도 그 가까이로 빛이 있었다.

길게 줄을 맞춰 비치고 있는 불빛은 상대적으로 매우 정적(靜的)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 내면에 담고 있는 사연들을 꺼내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 

 

그 밖에도 사적지 내에 몇 가지 형태의 미디어아트 작품(시설?)이 있었지만 오랜만의 좋은 경험이라는 것과 함께 역사 유적에 대한 미디어 아트는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기도 했던 기회.

 

 

근처에 살고 있으면서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  미륵사지 북편에서 찍어 본 사진. 시멘트 덩어리를 뜯어 낸 자리에 돌로 축조해서 복원된 서탑은 여전히 6층인 채 본디 제 모습을 잃었다.

망해버린 나라였기에 "기록"이 없고, 그런 까닭에 완전 복원도 불가능하다는...

 

                  -2024. 10.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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