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으면 주방 일, 세수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참으로 난감해진다. 비상용으로 물통에 항상 절반쯤 채워 놓고 있지만 밖에 있는지라 얼어 있거나 하면 그 또한 난감.
저녁 후 세면장에서 거품 물고 이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끊겼다. 당황, 그 말 거꾸로 해서 황당 그 자체다.
아니 이 밤에... 응급처치 요령을 배워 둔 게 있어 옷 껴 입고 마당에 있는 펌핑 시설로 가 이것저것 손을 써 보지만 불가.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지난해 어렵게 상수도를 개설해 놨던지라 요긴하게 사용하여 다행.
다음 날 전문 기사에게 출장 수리를 부탁하다. 압력스위치는 정상 작동하는지, 물이 세는 곳은 없는지, 배관 이음매에서 바늘구멍보다 자근 아주 미세한 공기 누출은 없는지.. 누수 탐지기까지 가져와 탐색해 보더니만 원인을 찾지 못해 참 이상하다는 표정.
평소에 수압이 일정하지 않아 사용에 불편했다고, 모터에 이성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아니, 교체한 지 10년도 더 됐고 부속 장비들이 자주 고장이 나 속을 썩이니 아예 전체를 교환하는 게 좋겠다고 제의하자 결국 그 방법 밖에 없다는 듯 다시 가게로 되돌아 가 새 모터를 가져와서는 교체 작업을 끝내다.
지하 16m까지 내려 가 있는 급수 파이프도 뽑아 올려 이상 유무를 살피면서 보완 작업까지. 이 정도 길이의 파이프라면 그 아래의 파이프까지를 감안하면 급수원이 30m 정도 될 것이라는 설명. 처음 알았다.

폐품화 된 이전 사용 모터

모터를 중심으로 여러 부속 장비들이 출고 상태에서 모두 한 몸에 붙어있는 일체형이어서 작업은 간단히 끝났다.

과연 잘 마무리된 건지. 우선 주방부터 확인하니 쏴- 하며 물줄기가 세다. 이전에 비해 아주 확실히 좋아졌다. 일정한 양이 일정한 세기로 쏟아진다.
"이렇게 좋은 걸, 진즉 바꿨어야 했는데..." 기쁨의 혼잣말.
세면장에서 온수 급수상태를 확인하니 이 역시 일정한 수압으로 시원하게 쏟아진다. 예전에는 압력 때문이었는지 미지근하게 나오거나 갑자기 차가워지거나 해서 곤혹스러웠는데. 세상에 이렇게 좋은 것을.
모터 값, 출장 설치비 등 해서 28만 원 쓰다. 올해 내 감가상각비 예산에 없었던 수리비, 결국 돈으로 해결.
이상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 손 봐주는 또래의 기사 분이라 허물없이 대화하는 관계인데
"나는 은퇴해서 백수 신센데 우리 사장님은 그 연세에도 돈을 버시니.. 그것도 매일매일 바쁘게, 좋아 보입니다."
정말 부럽다는 인사말이었는데 '그것만 주라'는 표현으로 조금 싸게 받았다.
암튼 비교적 수돗물보다는 자연수가 아무래도 나으니 특별한 경우 외엔 계속 이 지하수를 사용하기로.
- 2026. 3.1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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