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바라 보이는 자연 풍광으로 인해 집에서는 화초를 거의 기르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베란다 한쪽 편에는 10여 가지의 화초가 있다. 해마다 꽃을 피워 진한 향기를 내뿜는 행운목(이 녀석은 내 집에서 15년째 살고 있다)을 비롯해서 벤자민, 소나무, 동백 그리고 한 겨울에 빨간 열매를 보는 즐거움이 있어 재작년 전주의 노점에서 구입해 온 피라칸사 정도가 고작이다.
(피라칸사의 꽃. 새 봄 윤기나는 잎과 함께 작은 꽃들이 하얗게 피어나면 생기가 돈다. 꽃이 지고 나면 콩알만한 빨간 열매들을 무수히 매달아 겨울동안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몇 개 되지 않는 화초지만 그 가운데 내가 특별히 애정을 쏟고 있는 꽃나무가 있다.
봄이 되면 모두들 서둘러 꽃을 피우려 하지만 유독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거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나무가 있어 나를 기쁘게 해 주는 꽃나무인 것이다.
언뜻보면 화려하고 정열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가냘퍼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꽃잎을 자세히 보면 마치 종이장처럼 얇고 가벼워 보이는데 모양새는 흡사 나비들이 날아 와 가지마다에 살포시 내려 앉은 것 같아 보인다. 향기가 나지 않아 흡사 조화(造花)같은 인상을 풍긴다.
열대성 식물이라서 아파트를 벗어 난 일이 없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완연하면 잎인 듯 돋아 나는 꽃잎이 전차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꽃 모양을 만들어 낸다. 며칠이 지나면 이내 곱디 고운 분홍색 꽃으로 변한다.
이름하여 부겐빌리아.
(꽃이 잘 피어있는 한 쪽만 촬영했다. 요즘에는 국내에도 제법 보급이 되어있는 편인데 다른 것들보다는 꽃색깔이 고운 것 같다. 동남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데 캄보디아에 갔을 때는 노란색깔과 파란색깔 등 몇 종류를 더 볼 수 있었다)
(부겐빌리아는 꽃이 아닌 잎으로 곤충들을 유혹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하려하게 보이는 분홍색깔 잎은 꽃잎이 아니라 나뭇잎이 되고 그 안에서 뻗어 나온 작고 하얀 꽃 세 개가 부겐빌리아의 실질적인 꽃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이 부겐빌리아(Bougainvillea)와 나와는 조금 각별한 사연이 있다.
어느 날 지인 한 사람이 내 사무실로 작은 화분 하나를 갖고 찾아 왔다. 지금으로 부터 7년 정도 이전의 상황이다.
당시 이 꽃나무는 30cm정도의 작은 키에 작고 납작한 화분에 담겨 있었으며 가느다란 줄기에는 연분홍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나비가 사뿐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어서 첫 눈에 마음을 끌어 당기는 것이었다.
여름이 지나면서 꽃들이 모두 져 버렸지만 잘 가꾸면 내년에도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겠다 싶어 나는 그 화분을 집으로 옮겨 오기에 이르렀고 해가 바뀌어 봄이 찾아오자 부겐빌리아는 다시 정직하게 예쁜 꽃을 피워내지 않은가. 정말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내가 이 꽃 나무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5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어느 꽃가게 앞에 나와 있는 이 꽃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었다. 반가움에 가게 안으로 들어 가 주인 아줌마에게서 확인한 이름은 '부켄베니아'. 생소한 이름이어서 아줌마에게 몇번이나 되물어서 알아 낸 이름이었다.
꽃이 참 예쁜데 어디에서 이런 화분을 가져왔으며 꽃이름은 무엇이냐는 아내의 질문에 귀한 꽃이라는 것을 자랑한답시고 "내가 터키 출장을 갔다가 참 보기좋은 꽃이 있기에 그냥 맘에 들어 사왔을 뿐"이라며 우리나라에는 없는 꽃이라서 이름을 모르겠다고 적당히 둘러댔던 바가 있다. 별 것 아닌것 같으면서도 나는 아내에게 그 점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드디어 5년만에 이름을 알아 냈으니 나는 기쁜 마음에 이 꽃 이름이 바로'부켄베니아'였노라고 아내에게 맨 먼저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꽃이 주는 느낌은 공통적인 것이어서 아내도 이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름을 가지게 되어 더욱 사랑을 받게 된 꽃나무,
그러나 이 꽃나무의 이름은 부켄베니아가 아니었다.
기억이 없지만 어디에선가 우연히 본 이름은 '부켄베리아'. 그래서 그 꽃이름은 다시 부켄베리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서점에서 구입한 자크 브로스의 "식물의 역사와 신화"라는 책을 보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책에 또다른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정확한 이름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이름이 바로 부겐빌리아(Bougainvillea)였던 것이다.
외래어이고 하니 발음하기에 따라서 부켄베리아라고 부를 수 있겠으나 그래도 부겐빌리아로 표기되고 붏리워지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내 집에 천 쪽이 훨씬 넘는 방대한 부피의 식물학 사전이 있지만 최근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듯한 열대성 식물이다 보니 이 사전에는 사진이 나와있지 않아 오랫동안 이름없는 꽃으로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분홍색 잎 속에 피어 난 세 개의 꽃. 꽃 안의 또 다른 꽃이다)
(분홍색 이파리가 꽃잎이라면 아마 암술과 수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으나 자세히 보면 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마치 꽃 안에 또 다른 흰 꽃이 피어난 것처럼 한 송이 마다에 3개 씩 피어 난다. 한번 피게되면 한달 이상 피어 있으며 시일이 지나면 가운데 보이는 것처럼 서서히 시들어 간다)
이 부겐빌리아는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냈다.
사철 푸른잎을 달고 있어 겨울동안에도 매일같이 바라보며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곤하였다. 7년 전 30cm 밖에 되지 않았던 키가 지금은 그 열배인 3m 정도가 되었다. 내가 알기로 섭씨 5도 아래로 내려가면 동사하기 때문에 겨울 동안에는 밖에 내 놓을 수 없어 그게 좀 아쉽고 불편하였다.
거실에서는 그 큰 키를 감당할 수 없어 줄기들을 나선형으로 빙빙 감아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게 항상 신경이 쓰이곤 하나 언젠가 내 터에 집을 짓게되면 아예 대형 온실까지를 지어서는 화분을 없애고 아예 땅에다 곧바로 심어 무럭무럭 자라게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터키의 지중해변 휴양지 안탈랴에서는 전봇대만한 크기의 부겐빌리아를 봤었으니까.
내가 부질없이 욕심만 부리는 것은 아닌지. 그 만큼 애정을 갖고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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