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3. 어떤 집이 좋을까

소나무 01 2006. 9. 27. 16:13

 집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

그 문제는 오래동안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평소 생각해 오고 있던 집의 형태와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제주도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지내 본 일이 있어 한 때 목조주택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으나 그 안에서 오래 살다 보면 왠지 싫증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보급되기 시작하는 스틸하우스의 경우 견고성은 인정되나 소재가 쇠붙이라는 것 때문에 삭막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결국 내구성이나 경제적인 여건 등 여러가지 면을 고려하게 되면서 조적조 건축물로 하겠다는 생각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머릿속에 그리고있던 집모양과 내부 구조 그리고 내 집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적어 내 집 공사를 맡아주겠다고 한 후배로 부터 소개받은 고향 익산의 한 건축설계사무소에 이메일로 보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설계를 맡은 사람은 집짓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겠다면서 가능한 대로 내 맘에 들도록 설계해 보겠다고 답해 왔다.

 

 나의주문은 대개 이런 내용이었다.

첫째, 친환경적 주택으로 건축하되 2층집을 원하며 1층은 30평 정도, 2층은 10평 정도면 좋겠다.

둘째,주된 생활 공간이 거실인 만큼 거실을 보다 넓게 하되, 황토방 하나가 있었으면 한다.

(황토방은 건강을 생각하는 아내의 요청사항이기도 했다. 아내는 첫 애를 난 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여 한 여름에도 전기장판 위에서 잠을 자곤 하는 바람에 늘 마음이 쓰였다)

셋째, 거실과 주방 등에서 밖의 풍광을 잘 볼 수 있도록 공간마다 넓은 창을 원한다.

넷째, 집 외관은 가능한 단순한 형태였으면 좋겠다.

 등등 대개 이런 내용 이었으며 내가 사용할 수있는 건축비의 한계 때문에 결코 큰 돈을 들여서 짓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내 의도에 따라 설계사무소에서 디자인하여 보내 온 건물 외관의 두 가지 형태. 나는 윗쪽에 있는 1안의 건물형태를 선택하되 좀 더 보완을 해 보자고 제의했다)

   

 (건물 내부 구조의 기본 설계. 1층은 30평 정도였으나 내가 원하는 것으로는 방이며 거실 등이 너무 좁아 약간씩 확장해 주도록 주문했다)

 

 이렇게 하여 설계사무소에서 최종적으로 만든 설계도에는 1층이 36평 2층이 9평으로 모두 45평이 되었다. 1층에는 안방과 황토방을 포함한 방2개와 거실, 주방, 다용도실이 각각 1개에 화장실 2개 그리고 거실 앞으로 목재 데크를 만들기로 하였다.

 2층은 완전 목재로 내부를 마감한 서재와 명상의 공간 겸용의 방 1개, 전망대를 겸한 돌출 테라스 1개가 전부였다.

 우리 부부 두사람만이 사용하기에는 약간 큰 공간일 수도 있으나 가끔 찾아 올 자녀들과 방문객들의 편의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요란스럽지도 않고 크거나 작지도 않은 듯하여 결국 2차 수정 설계안 그대로 시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을 단층으로 할 것인가 2층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갈등이 없진 않았으나 나무계단을 올라 서재와 같은 별도의 독립된 공간을 한 군데 갖고 싶었고 아울러 주변의 풍광을 내 집 정원처럼 차용하려면 2층 높이의 전망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굳이 2층집을 희망했던 것이다. 

 

 (건물 정면의 외관. 창호와 외벽처리 등이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그런 것들은 집을 지으면서 수정하기로 하였다)

 

 

 

 (완성된 1, 2층의 내부 설계도. 창호와 내벽 등 일부 부족한 점들은 역시 건축을 해 가면서 수정해 가기로 하였다)

 

 얼마 후 도면으로 나타 난 설계도를 보며 전원주택에 대한 나의 꿈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분이 좋았으며 아내 역시 나름대로 만족해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 정도의 설계도는 기본적인 것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내부 구조물과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할 지 등에 대해 보다 구체화된 완벽한 설계도를 만들어야 했으나 그에 대한 설계비가 상당액 추가되어야 했고 그러기까지에는 설계자와 적지 않은 대화가 있어야 했다. 여러가지로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던 나의 입장에서는 결국 고민 끝에 보다 구체적인 설계 과정은 생략해 버리기로 했다.

 그런 구체적인 것들은 집을 지어 가면서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해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지로 그랬다. 이를테면 주방기구 전시장을 갔다 온 아내는 아일랜드 스타일 등 여러가지로 업그래이드된 최신의 주방시스템을 보고 난 후 주방공간의 구조와 설비를 새롭게 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아내의 요구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주부로써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주방이다 보니 아내로서는 새로운 시스템에 욕심이 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로서도 아내가 원하는 효과적인 주방시스템을 갖춰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 건축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곳이 주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있어야 했다.

 

 이제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 실제적인 건축관련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걸 후배가 맡아서 한다고 해도 건축허가와 관련되는 과정 속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런 절차들을 헤쳐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것을 그동안 보고 들은 정보에 의해 나름대로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내 처지로서는 모든 것을 후배에게 일임할 수 밖에 없었다.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형편은 신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는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한 때 전문 시공업자를 선정해 모든 일을 맡겨볼까도 생각했었지만 혹시나 사람을 잘못 만나게 되면 많은 고생을 하게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러다 보면 부실한 건축에다 생각 밖의 건축비가 들어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각끝에 결국 평소 잘 알고있는 뚝심있는 후배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었고 내 일을 맡아해 주겠다고 한 그 후배는 전문건축가는 아니지만 건축경험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다가 자신이 평소하고 있는 일과 겸업을 할 수 있는 입장이어서 가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동생과 같은 사람이어서 좋았다. 

 

 그러나 건축과 관련한 행정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고 보니 관청을 출입할 때마다 성격적으로 거부반응이 나타난다는 후배를 위해 멀리에서 나마 뭔가를 도와야 했다. 고향에 있는 또다른 후배의 권유와 자문을 받아 모든 행정절차를 대행해 주는 측량사무소에 시공 전 까지의 업무, 이를테면 현지측량과 지목변경 건축허가 등을 위탁하기로 하였다. 그게 편했고 그런 방법이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았다.

 행정절차가 특별히 까다롭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구입한 땅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부터 500m반경 안에 속해 있어 "문화재보존 영향성 검토"라는 것을 받아야만 건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청의 해당 부서에서 설치한 문화재보존영향성검토위원회의 심의절차를 통과해야만 했다.

 

 측량사무소에서는 서류를 꾸며 해당 부서에 제출했다. 문화재보존 영향성 검토가 잘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을 하기로 하였다.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풍수지리 전문가를 초청하여 집터에 관한 자문을 받아 보기로 한 것이다. 잠을 자야 하는 안방 밑으로 혹 수맥이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선 그 것이 궁금했다. 이것은 몸상태가 가끔씩 좋지 않아 피곤해 하는 아내를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근무할 때 함께 알하던 직원의 소개를 받아 전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한 사람을 현장으로 초대하였다. 30년 동안 수맥과 풍수를 연구해왔다는 60대로 보이는 이 전문가는  모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한다며 이런 저런 자랑을 많이 했는데 특히 기존의 오링테스트 방법에서 벗어 난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새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는 피리만한 쇠 막대기를 손에 들고 이리 저리 오가더니만 터가 좋다고 말해 주는 것이었다. 물론 수맥은 안방자리를 지나지 않고 마당 앞으로 흐르고 있으며 수량은 충분한 편이라고 일러 주었다. 다행이었다. 나로서는 전체적으로 풍수가 좋다는 것 보다도 건물 자리에 수맥이 지나지 않는다는 그 한마디가 만족스러웠다.

 첨단과학시대이긴 하나 어떻든 우리의 전통적 관습에서 내 집터가 풍수적으로 좋다는 검증을 받은 편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건축물에 대한 문화재영향성에 대한 검토는 심의위원들이 구성되어 이들의 의견이 취합되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해당 부서에서는 동일한 내용의 신청을 받아 놓았다가 일정 건수를 모아 한꺼번에 심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까닭에 수 주일의 시간이 소용되었다. 심의절차가 무난히 끝난 후 다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임야로 되어있는 지목 일부를 대지로 전환하기 위해 산지전용허가를 받아내는 일이었다. 이것은 신청 후 담당공무원이 현지 실사를 하고난 후 전용이 가능하다고 곧바로 판단하여 행정절차가 쉽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지목변경을 위해서는 이미 실시했던 경계측량과는 별도로 또 한번의 현지 측량작업을 해야만 했다.

 

 다음으로는 최종적으로 해당부서에 건축신고를 하는 일이었다. 내가 집을 짓고자하는 관리지역에서의 건축행위는 지금까지의 비교적 까다로운 과정과는 별도로 건축신고만을 하는 것으로 가름되는 일이어서 이 역시 수월한 편이었다. 건축 후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될 수 있도록 설계 도면을 첨부하여 신고절차를 끝냈다. 이 절차는 관련 서류 제출 후 2주일 여 만에 접수 완료되었고 곧바로 착공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그동안의 복잡하게 여겨지던 행정절차는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포크레인이 들어 가 길을 내고 집터를 닦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사는 광복절 전날인 8월14일에 아카시아 나무를 비롯한 잡목 제거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8월 16일에는 포크레인이 본격 투입되면서 드디어 신축 공사가 개시되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6. 8.16일의 모습. 진입도로와 집터의 기반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산자락을 어느 정도 절개하여 진입로를 개설하는 작업)

 

 (공사가 시작된 모습. 흙은 사질토여서 포크레인 작업이 수월한 편이었다. 막상 공사가 시작되니 기쁘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 땅에 그렇게 애착을 가졌을까 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도 갖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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