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사람들은 가슴 안에 감추어 두었던 그 무엇인가를 꺼내서 잠시 회상에 젖게 만들고 그리고는 순진한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며칠 사이에 몇 억씩 집값이 튀어 오르는 병든 세상에서 날마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겨울과 눈이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여질까. 밖은 추워도 방안에는 온기가 가득한 것인지...
집 근처의 골목안을 살짜기 들여다 봤다.
골목 끝의 산자락에서 만난 아름다운 설경. 사람들의 마음도 이렇게 하얗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져 본다.
쌓여있는 연탄재를 보면서 잠시 옛생각에 빠졌다. 연탄갈아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그 때엔 그렇게 귀찮았지만 독한 가스를 피해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집게로 연탄을 이리저리 돌리며 구멍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아내도 "그 때 연탄을 몇장이나 갈아줬는데? "하며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을 일깨워 주곤 한다.
어느 음식점 앞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 고무장갑으로 손을 만든 것도 재미있지만 동심으로 돌아 간 주인의 밝고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흐뭇했다.
오선지위에 음표를 만들어 놓은 비둘기들. 갑자기 많이 내린 눈 때문인지 비둘기가 인가 주변을 떠나 전깃줄에 앉아있는 모습은 처음 대하는 낯선 광경이었다.
- 2006. 12.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