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에 시작한 집짓기 공사는 이듬 해인 2007년 2월 경에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준공검사를 위한 수준이어서 실제로 새집에 입주하여 생활한다는 것을 전제하면 아직도 갖춰야 할 시설과 작업들이 많았다. 때문에 주인인 내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가 모두 일감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사의 실질적 마무리를 위해 고향에 내려 가는 기회가 잦아졌다. 한 번 내려 가면 보통 이틀이나 사흘을 새집에서 보내며 마무리 작업에 몰두해야 했고 그에 따라 이것 저것 사용해야 할 물건들이 늘어 나기 시작했다. 땅과 나무들을 관리해야 할 작업도구를 비롯해서 썰렁한 집 안팎을 채워야 할 장식품까지 그 종류와 양이 많아졌다.
서울에서 익산까지 열차나 버스로 대략 3시간 거리다. 익산역이나 터미날에서 내려 다시 내집이 있는 산자락까지 이동하려면 시내버스로 다시 1시간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적지 않은 짐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듯 4시간 정도를 소요하며 집을 찾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려갈 때 마다의 교통편은 아무래도 자가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직접 운전하면 서울 아파트에서 출발하여 익산의 새집까지 2시간 반 정도면 가능하여 더욱 그랬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그 때 마다 뒷좌석과 트렁크에 이불이나 의류, 그릇, 서적 등의 필요한 짐을 잔뜩 실을 수 있어 매주 장거리 운전이 불가피 했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거의 주말마다 우리를 실어 나르던 승용차는 주인과는 떨어져 아직은 황량한 마당 한 쪽에서 추운 밤을 보내곤 했다.
새집에 도착하게 되면 그 때마다 숨 돌릴 겨를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내집을 내 방식대로 꾸미는 일이니 만큼 그저 즐거울 뿐 피곤한 줄 몰랐다.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곳은 인부를 불러 해결하면 될 일이었지만 약간의 부채까지 떠안게 된 형편이 되고 보니 모든 걸 내손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금전적인 이유보다는 내가 소원하여 지은 집에 대한 애착 때문에라도 가능한 내손으로 직접 집 안팎을 꾸미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막노동꾼이 되어 쉴새없이 육체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2007년 새해 첫날 집 뒤의 미륵산 정상에 올라 내집 쪽을 향하여 찍은 사진. 집 앞 쪽의 금마저수지는 마치 우리나라 지도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잠시 잠시 쨤을 내어 인근으로 산책을 나선다. 아내에게 집 가까이에 있는 좋은 경관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터전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해 주고 싶은 이유가 컸다. 앞으로 대략 3년 쯤 지나 이곳으로 내려 와 정착하게 되겠지만 그 때 아내와 함께 걸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 보고 또 다른 미래를 계획하게 될 공간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다.
집 가까이에 있는 금마저수지(전북 익산시 금마면)
저수지 주변에는 찻집도 있고 공원도 있지만 겨울이라서인지 분위기가 비교적 을씨년스러웠다.
낙향하면 아무래도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겠지만 주변 지역을 가볍게 산책하며 역사유적지나 공원지역을 살펴 본다거나 산행에 나서면 좋지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거기에 그동안 도구와 장비를 갖춰 놓고도 손을 대지 못했던 그림그리기와 사진과 같은 취미 생활을 겸하면서 여가를 보내면 좋지 않겠는가.
집 뒤쪽으로 난 시누대 숲이 있는 산책로를 따라 미륵산을 오르는데
서설이 내리고 있다.
- 20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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