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춘분이 하루 지나고...

소나무 01 2009. 3. 22. 11:37

 

 일주일 사이에 봄이 와 버렸다. 계절도 맘이 급해졌나 보다. 빨리 빨리 하지 않으면 도무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나도 덩달아 바쁘다. 사진 한 장 차분히 찍을 겨를이 없다. 주말의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정원을 가꾸고 채소밭 꾸미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춘분이 하루 지나고  지난 주 3.21일 토요일에 찾은 시골집에는 이런 꽃들이 피어 나 주인을 맞았다.

 

 

 

산목련이 순결한 모습으로 피었다. 2년 전에 1년생을 심은 것 같은데 올 해 다섯 송이가 피었다. 박토인데다 거름도 주지 못해 성장이 매우 더딘 편인데도 꽃을 피워 내 참 미안하고 고맙다. 

 

 지난 주엔 터질 것 같은 꽃망울을 달고 있더니 이번엔 활짝 개화한 모습을 보여 준 매화.

 

 이 녀석은 근처 여산장날에 노변에서 구입하여 심은 것이다. 요즘 판매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겹동백이나 이 녀석은 홑이라서 조금 애정이 갔다. 뿌리가 완전히 내릴 때까지는 내 땅에서 몇년이건 몸살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녀석도 장날에 함께 구입했다. 설중매.

 

 2년 전 집 잎 쪽의 야생에서 옮겨 심었는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역시 성장 환경이 같아서인가 보다. 찹쌀꽃같은 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조팝나무. 지난 가을에 한 포기 더 옮겨 심었다.  

 

 근처에 가면 여인의 향기처럼 진하게 냄새를 풍긴다. 별반 마음에 없는 여인과 비교한다면 향기만 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맘에 드는아름다운 여인에 비교한다면 그 향기가 매우 은은하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향기 자체는 다분히 서구적(?)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스카리. 지난 가을 서울의 한 화단에서 옮겨심은 무스카리가 종모양의 파란 꽃대를 올렸다. 좋지못한 영양상태 때문에 색깔이 선명하지 못하다. 최근 수입된 서구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그 형태가 특이하고 노지에서 그대로 월동이 가능해 심어본 것이다.

   

 이 수선화는 여러 개의 겹잎이라서인지 아무래도 청초한 느낌이 덜한 편이다.

 

 2년 전 길가에서 떠 온 민들레 한 송이가 씨를 퍼뜨려 샛노란 꽃을 피웠다. 당시에는 마당에 아무 것도 없어 민들레 한 송이라도 소중하고 정겨웠는데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번식력이 너무 강해 잎줄기가 보이는 족족 뽑아버리고 있으니까... 꽃은 그대로 인데도 내마음이 그만큼 간사해 졌다.

 

 지난 해 봄 농원에서 구입해 심은 산수유가 올 해 꽃을 보인다. 가지마다 마치 노오란 함박눈이 내려 앉은 것 같아 볼 때 마다 동심과 그리움을 불러 낸다. 지금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 지리산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지만 나와는 오래 전 부터 각별한 인연이 있어 집마당에 심었다.

가을이면 빠알간 열매에서 씨앗을 발라내던 그 곳 아낙네들과 정(情)을 쌓아 고샅은 만든 것 같은 돌담과 눈부신 계곡과... 참 추억이 많은 나무다.

    

 주변해서 가지를 꺾어서 축대 주변에 삽목했었는데 2년이 지나고 보니 노란 꽃을 가지마다 매달았다.

이 개나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봄철엔 삽목할 나무가 너무 많지만 늘 시간에 쫓기고 또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생활습관 때문에 그저 아쉬워만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가장 반갑게 나를 맞은 진달래.

2년 전 근처 야산에서 옮겨 온 4그루에서 모두 꽃을 피웠다. 산에서 불법채취(?)해 온 것이기에 당시 꺼림직스런 면이 없지 않았으나  인적이 없는 곳에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었는데다 이식하기 쉬운 1-2년 생 정도의 키작은 것들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져왔으니 그곳 산신령님이 이해해 주셨으리나 믿는다.

그리고 내가 잘 키우고 있고, 또 보는 이 마다 예쁘다고 감탄해 주니 거처를 옮긴 진달래로선 더 기쁜 일 아닌지...

하지만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는 말에 나는 동조한다. 어떻든 죽지 않고 잘 살아주어 고맙고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우리 모두의 꽃이라서 소중한 꽃이다.

  

 2년 전 농원에서 구입한 1년 생 살구가 올해 처음 꽃망을을 달았다.

 

 이 녀삭은 햇수로 5년 째가 되는 살구나무다. 땅을 구입한 후 2004년에 산림조합 완주묘목장에서 사다 심었으니. 워낙 척박한 땅에 그냥 심어만 놓고 무관심했는데 올해 처음 여러 개의 꽃망울을 달아 기뻤다.

  

 집 뒷산에 제법 큰 교목으로 자생하고 있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 여름 철의 자귀나무 꽃과 함께 내집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수종이다. 

 

                                            -2009. 3.2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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