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추석이라 하여 나를 기다려 줄 부모님이 계시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옛날의 흔적을 찾아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다.
혼잡을 피해보겠다고 가족과 함께 새벽 3시 40분에 출발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 생각보다 막히는 편이어서 평소 집에서 2시간 30분이면 충분한 고향길이 그 두 배 인 5시간 정도가 걸리다.
그래도 좋았다. 마음따라 이제 몸도 함께 와 있으니...
가장 궁금했던 가을 채소는 잘 자라고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배추포기마다 벌레들이 속잎을 갉아 먹고 있어서 이 놈들을 일일이 잡아 내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리고는 그동안 방치해 둬 바랭이와 메리골드로 무성해 진 고추를 심었던 텃밭을 정리하다.
예전에 대충 절단하여 보관 해 놓았던 소나무를 꺼내 나무의자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 진 전기톱을 이용하여 자르고 그라인더로 다듬어 보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여 2차 작업으로 만족하다.
동부콩은 이제 끝물이다. 거의 마지막 열매를 거두고 있는 아들 녀석.
주먹만하게 커진 표주박이 덤불 사이로 눈에 띠다.
새로 파종한 상추는 솎아먹을 만큼 자랐다. 밀식되어 있는 어린 상추를 솎아 내고 있는 아내. 덕분에 신선한 찬거리를 먹을 수 있었다.
비가림막을 하여 이제는 먼지섞인 비가 들이 칠 일이 없을테니 유리창도 맑게 닦아 내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기온이 적당해 졌다. 하여 배드민턴을 즐기는 남매.
아들 녀석도 그런 편이지만 특히 딸 녀석은 편리한 서울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농작물과 노동, 시골의 내집 주변 변화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어떻든 이 녀석들과 함께 고향집에서 보내는 것이 나로서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땅거미가 질 무렵에 잔디밭 한 쪽에 둘러 앉았다.
지난 번에 수확한 밤을 구워 먹기로 하다. 가끔 밥에 섞어 먹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군밤이 제일이다. 이런 것들이 전원생활에 있어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내집에서 수확한 밤이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 밤을 구울 때 밤이 튀어 다칠 수가 있으니 꼭지를 따 내도록 해야 한다는 어릴 적 아버지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밤구이가 끝난 후 한 쪽 통에 나무에 불을 지펴 우리만의 캠프 파이어를 즐기다. 밤이 되면서 이제는 따뜻한 온기가 좋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이제 고향에서의 오붓했던 연휴를 끝내고 다시 서울에서의 일상으로 돌아 가야 할 시점,
화단에는 사철채송화와 백일홍가 아직 피어있고 가을을 알리는 새하얀 청초한 구절초가 절정인데... 하여 아직도 해당화가 피어있는 잔디밭 한 가운데서 다시 기념으로 가족사진 한 방!
- 2009.10.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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