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어느 날 철인3종경기에 도전장을 냈다고 한다. 자신이 나약해 보이는 것 같아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수영 인명구조원 자격을 취득한 직후라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표출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좋은 시도이긴하나 자만심이 되어서는 안되니 경기중에라도 힘들면 중도에서 포기하라고 당부하고 경기 참가에 동의했다.
녀석은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아 둔 돈으로 수트와 경기용 자전거 등을 구입하여 대비하고 있었는데 저간의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경기가 한 차례 연기되고 3종 중에 자전거 경기는 취소가 된 채로 지난 10월 18일에 열렸던 "서울아쿠아슬론 대회"에 참가했다.
혹 격려가 필요할까 싶어 함께 경기장에 가려했지만 다 큰 녀석이고 보니 혼자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는가 하는 마음에 내 버려 두었다. 그래도 곁에서 사진이라도 찍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생각을 고쳐 먹고는 집을 나섰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한강에서의 수영 경기는 이미 끝난 상태였고 두번 째 종목인 달리기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녀석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손짓으로 반가움을 표한다.
맑은 날씨 속에 경기가 진행되었지만 강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300명 쯤 참가한 모양인데 모두들 밝은 모습으로 10Km의 둔치길을 뛰고 있었다. 초록색 모자를 눌러 쓴 녀석도 82번 백넘버를 달고 비교적 가벼운 텃치로 뛰고 있었다.
국화 향기 그윽한 코스를 달리고 있다.
63빌딩을 배경으로.
녀석은 경기 참가가 아니라 마치 조깅이라도 하는 것 같은 가벼운 몸짓으로 한강 변을 달렸다.
완주한 후 강변에서 쉬고 있다. 어머니의 격려를 받고 있는 모습을 여동생 녀석이 카메라에 담아 주며.
대회가 끝난 후 Finish line에서 기념 촬영. 마치 이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차지한 양 목에 메달을 걸고 있지만 실은 완주자 모두에게 주어 진 기념 메달이다.
경기를 끝낸 후 옷을 갈아 입는 녀석. 상체의 근육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녀석이 하고 싶어 했던 철인 3종 경기는 자전거경기의 취소로 완벽하게 해 내지는 못하였지만 어떻든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경기 참가 후 짐을 꾸려 들고 행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 2009.10.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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