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식물도감은 있으나 조류도감은 없다. 새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의 종류엔 한계가 있어 굳이 도감이 필요치 않은 편이었다. 집 주변에 제일 흔한 것은 까치와 어치, 그리고는 참새, 산비둘기, 뻐꾸기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 처음 보는 새가 있었다. 하지만 그 새는 내집 데크에 싸늟하게 죽어 있었다. 예쁘고 귀여웠지만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생명이 다 했거니 하며 단순하게 생각했을 뿐.
그런데 오늘 거실 앞 데크에 그 새가 또 죽어 있었다.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추워서 동사했을까? 최근에 한파가 있었지만 그러나 이전에 죽었던 새들은 날씨로는 설명이 될 수 없었다. 대체로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독극물을 주워 먹은 것일까...
글쎄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의문을 갖고 자세히 살펴 보니 거실의 통유리창 한 가운데 새털이 붙어 있다.
"아하 그거 였구나" 생각했다. 새는 유리창에 머리를 받혀 즉사한 것이다.
새가 유리창과 충돌, 말하자면 뇌진탕으로 즉사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내집의 앞과 뒤가 유리로 창이 만들어져 있어 육안으로 보기에는 막힘없이 뚫려있다는 것이었다.
새는 유리창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핸 채 평소의 속도대로 날아 와 집 안을 관통하여 뒤란으로 가고자 했고, 그러다가는 유리창이라는 투명한 가람막에 그대로 머리를 받혀 횡사해 버린 것이었다.
거실 유리창 저 뒤로 주방에 있는 유리창이 보인다. 노랑턱멧새는 이 앞쪽 유리창을 그대로 통과하여 뒤쪽의 유리창문으로 빠져 나가려 했을 것이다.
반대로 뒤쪽의 주방 유리창에서 거실쪽의 유리창을 바라 본 모습.
그런데 이번에는 왜 두 마리나 죽어있을까? 두 마리가 동시에 날아 들어 창에 부딪혔다는 것일까. 아니면 한 마리가 먼저 죽은 후 그를 사모하던 녀석이 배필의 죽음을 비통해 하며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했단 말인가.
더 이상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검색을 통해 "노랑턱멧새"라는 새 이름을 새롭게 알았을 뿐 정수리 털 색깔로 알 수 있다는 암수 구분은 할 수 없었고.
녀석은 비교적 흔한 새지만 덤불을 좋아하며 낮게 날아 다니는 바람에 저공비행을 하다가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어떻든 내집에서 불의의 사고가 났으니 애도를 표할 수 밖에...
참 미안하구나. 집이 뻥 뚫려있는 것처럼 너를 착각하게 만들었으니...
좀 더 관심과 시간을 갖고 집 주변을 살펴 보니 이 녀석들도 어치처럼 내집에 잘 놀러 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저 참새이겠거니 생각했었나 보다.
"그래 앞으로는 새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줘야지- "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했으면서도 나는 집을 나서며 어느 한 쪽 유리창문이 됐든 커튼을 쳐 주지 못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와 버리고 말았다.
- 2009.11.2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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