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시골집에서 보내며 지난 번에 베어 둔 대나무로 대문 입구에 울타리를 치다.
아내는 설이니 아무 것도 하지말고 쉬라 했으나 뭔가 일을 하지 않으면 답답해지니 그것도 병인가?
시골에 살면서 간혹 울타리를 튼튼히 한 집을 보면 위리안치(圍離安置) 생각이 나서 측은해 보인 면이 없지 않았는데... 하여 나는 그저 경계의 표시 정도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애초에 심었던 향나무 옆으로 대나무를 둘렀다.
작업구간은 대문과 마당 사이의 약 30m 정도. 내 뒤로는 산자락이지만 앞 쪽은 개방된 편이어서 외부인으로 부터의 적절한 경계가 필요했다. 그저 적당히 해놨던 기존의 시설을 철거하고... 사실은 이번에도 그저 '적당하게'이지만 '미관을 고려해서(?)' 조금 더 깔끔하게 해 보기로.
울타리를 두르는데 필요한 것은 대나무와 각목 그리고 철사와 못 정도가 전부였다.
작업은 간단했다. 집에 남아있는 각목을 말뚝으로 하여 땅에 박고 그 곳에 대나무를 대고 철사를 둘러 고정시키면 그것으로 끝. 공사로 치면 엄청난 부실공사다. 발로 딛고 일어서면 와르르 무너질 것이요 3,4년 지나면 조금만 힘을 줘도 또한 외르르 부셔질테지만 그렇게 되면.... 그 때 다시 할 참이다.
경계의 의미로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서...
향나무가 심어진 땅이 거의 모래와 같아서 지금까지 향나무 대 여섯그루가 고사했지만 대부분의 나무가 살아주었다. 향나무는 일단 성장을 멈춘 듯 옮겨 심었던 4년 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지만 아직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 완전히 활착이 되면 그런대로 괜찮은 생나무 울타리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 2010. 2. 1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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