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담은 대중가요가 여럿있다. 다른 것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남일해와 안재욱이 부른 노랫말에는 문득 코끝이 시큰해 오는 대목이 있다.
"세상살이 바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같은 거라서
잊고 살았네 모르고 살았네 앞만보고 살았네 친구여... "하는 것과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되준 너... "하는 대목이다.
남일해의 경우는 그의 인생경륜에다 투박하고 구수한 목소리가 보태져서 더욱 그렇다.
"여보게 지금 어떻게 사는가 자네 집사람도 안녕하신가
자네도 요즘 힘들지 않는가 그래도 용기를 잃지말게
다음 주 토요일 시간이 어떤가 한 번 내려오게... "
하는 대목에선 친구가 더욱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가까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평소엔 무심하게 지내면서도 기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역시 먼저 생각나는 사람... 친구다.
깨복장이 친구가 시골집에 찾아 왔다. 친구의 아내와 함께. 반가웠다.
어린 시절 이곳 익산에서 줄곧 함께 보내다가 모두들 서울로 거처를 옮겨가게 되고,
그리고는 모두들 앞만 보고 살았고 보니 어쩌다 한 번 씩 겨우 얼굴 대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직은 가을볕이 좋아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다. 자녀들이 장성하여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음이 안타깝다.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내 주변 사정 때문에 나로서는 한 번 내려 오라고 얘기를 꺼내보지도 못했건만 친구 부부들 끼리 결정하여 시골의 나를 찾아 와 그저 고맙고 반가울 뿐.
현역에서 은퇴하면 우리 모두 함께 모여 살기로 나름대로 언약한 바 있었으나 현실은 늘 이중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나 만 먼저 터를 잡아 귀향을 하는 하는 셈이 되었고...
친구 부부는 사진 몇 장 남기고 당일로 떠나다.
나는 선뜻 시골로 내려 왔지만 두 친구는 아직 서울에 남아 할 일이 남아 있다. 언제 함께 모여 살수 있는지 그것은 아직 희망사항으로만 존재하고.
지금 혼자 거처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여 친구들은 저녁밥까지를 일부러 사주고는 떠나 가다. 빈 손으로 왔다며 필요한 것 알아서 구입하라는 정도 함께 건네 주고는. 상대적으로 친구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
함께 자리하여 음식상을 차려 주지 못한 미안함을 아내의 전화 목소리를 들려 주는 것으로 땜질하고 그저 내가 차 한 잔 내 놓은 것 밖에는.
친구들이 떠난 자리가 이 가을 끝처럼 쓸쓸하고 허전하다.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하여 그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2010. 11.13(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