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딱새의 소요

소나무 01 2010. 12. 15. 21:53

 

겨울이 찾아 들면서 집마당에 자주 찾아 오는 손님이 생겼다. 생김새가 비슷하여 처음엔 곤줄박이인줄 알았다. 하남에 있는 검단산에 올랐을 때 정상부근에 등산객과 익숙해 진 곤줄박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으므로.

 

그런데 서로 때깔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 녀석은 크기가 좀 작고 날개 부위에 흰 무늬가 있는 게 곤줄박이와 달랐다. 이 녀석도 사람을 특별히 경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내집 데크에 찾아 온 녀석을 놓치지 않으려고 얼른 카메라를 가져 와 코 앞에서 찍었다. 그래도 녀석은 달아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어이하여 딱새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주로 혼자서 마당의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주변을 살피고 간혹 마당에 내려 앉아 먹이를 찾기도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거실 앞 데크에 앉아있는 녀석과 유리창 하나를 놓고 마주하게 되었다. 녀석은 두려워하는 내색없이 오히려 녀석이 나의 동정을 힐끔 힐끔 살피면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었다. 가끔씩 깃털을 세워 몸을 부풀리기도 하고 꼬리를 연방 흔들어대곤 하는 것이었다. 

 

마치 복쟁이처럼 몸을 부풀려 몸집을 동그랗게 만들기도 하였다.

 

좀 더 긴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보니 묘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전생에 나와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는 데크앞에 자라고 있는 빠알간 구기자 열매를 순식간에 따먹고 고염나무 가지로 이동해 갔다.

 

녀석은 그런식으로 매일같이 내집 마당을 오가며 나와 교감했다. 나도 대부분 혼자 집을 지키고 있어 외로운 편이었는데 혼자인 녀석도 심심했던지 아님 나를 위로라도 해주려 했던 것인지 어느 새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아직은 구기자 열매가  적당량  매달려 있어 얼마동안은 계속 내집 주위를 오갈 것 같다. 

 

 

 

                                                 - 2010.11.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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