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칸나 구근을 캐다

소나무 01 2010. 11. 15. 23:36

 

좀 더 놔 둘까 하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칸나의 구근을 서둘러 캐다.

보다 남쪽에서 살았을 때는 땅 속에서의 월동이 그대로 가능하여 굳이 캐 내어 보관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다르다.

 

지난 해 늦 가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인천에 계시는 김선생님으로 부터 분양을 받을 때 시험 삼아 서너 개를 화단에 묻어 봤었는데 모두 동사해 버렸는지 하나도 싹이 나오지 않았었다. 

 

지난 봄에 심어 빨갛게 화려하게 피어 난 꽃을 실컷 감상할 수 있어 행복했다. 

 

 

칸나를 몇 군데 분산해서 심었지만 이곳에는 구근 10여 개를 심었다. 모두 싹을 틔워 작은 밭을 이루더니 내 키를 훌쩍 넘기고는 그 끝에 선홍의 정렬적인 꽃을 피어나게 했었다.

칸나는 생전의 아버지가 심어 가꿨던 터라 나에게는 각별히 애정이 가는 화초이다. 

 

그대로 두고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서리가 한 번 내리자 그 넓은 잎들이 한 순간에 시들어 버렸다. 그래도 밑줄기는 아직 튼튼하여 낫으로 내리치며 베어 내다.                                                                              

                                                                                                             

캐어 낸 구근들. 땅이 매우 건조한 박토이건만 그동안 무얼 먹고 자랐는지 구근마다 토실토실 살이 올라 건강한 모습이었다.

 

창고에 보관하기 위해 박스에 담다. 인천의 김선생님께서 나에게 베푸셨으니 나도 그 뜻을 좇아 내년 봄 옆 집과 가까운 지인에게 적당량 분양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울타리 화초용으로도 좋을 듯 싶어 몇 군데 나눠 심었는데 그 모두를 캐 내지 않고 나머지는 줄기만 베어 내고 건초 더미로 덮어 두다. 여기에 포장을 씌워 놓으면 적당히 보온이 되어 월동이 가능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년 봄을 기다려 본다.

 

                                                                                              - 2010. 11.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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