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어릴 때의 "연밥"은 하나의 먹거리였다.
연씨를 연밥이라 불렀다. 딱딱한 껍질을 깨서 그 안의 하얀 씨앗을 꺼내 먹었다. 귀하게 여기며 구수한 맛에 매력을 느꼈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사실 별 맛이 없다. 딱딱한 껍질을 두드려 깨는 것도 귀찮고.
지난 해엔 작은 연못에 연꽃이 많이 피어 연밥이 많이 매달렸었다. 버리기가 아까워 나중에 차로 내어 먹겠다고 되는대로 따서 얼마 쯤 보관해 두었다.
언젠는 차로 내 마시겠다는 생각에 보관해 두었던 연씨.
가족들과 함께 마셔보겠다고 한 알 한 알 망치로 두들겨 깨서는 물에 적당량을 넣어 끓였다.
그랬더니 이렇게 연한 갈색의 차로 우려졌다. 색깔은 하얀 씨앗 성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껍질에서 우러 나온 것 같다.
오래 끓인 것도 아닌데 그렇게 딱딱하던 껍질이 생각 밖에 부드러워 져 그대로 씹어 삼켜도 될 정도가 되었다.
맛? 맛을 본 아내는 마치 숭늉같다고 한다. 씨앗은 껍질 채 누룽지처럼 바닥에 가라앉았고.
다시 계속 된 아내의 평,
"아하 이래서 연씨를 연밥이라고 하는 거구나...."
정말 그런가?
내 생각도 내용물을 많이 넣고 끓이면 충분히 그럴 것 같다는 것.
연씨에는 여러가지 비타민 성분이 들어있어 우수건강식품(?)이라는데... 그런 것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차 한 잔 달여 마시는 과정에서의 정신적인 안정감이 가장 좋은 듯.
올해도 어김없이 연꽃이 피었다. 6월 13일 수요일 아침에.
- 2012. 6.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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