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건희 녀석이 제 엄마와 함께 내려 오겠다는 전화를 받고 마음이 급했다. 수영복과 튜브를 마련해 가니 풀장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제 엄마의 반 농담같은 부탁을 받고 부터다. 아내는 김장 때 썼던 큰 고무통이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했고, 하루 쯤은 가까운 해수욕장을 찾아 즐기다 오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당 한 쪽에 풀장을 하나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보다 더 한 것은 손자 녀석이 오면 어떻게 즐겁게 해 줄까 - 하고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온통 손자 생각 뿐이었다. 나는 어느 새 완전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고추를 말리려고 사 놓은 비닐 포장을 풀장용으로 용도 변경하여 급조하다. 포장은 방수처리가 매우 잘 되어 물이 전혀 새지 않았고 하여 제법 그럴싸한 풀장이 만들어 졌다.
녀석이 기분좋아 하니 풀장 만들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아무래도 아쉬움이 없지 않아 다음 날 가까운 춘장대 해수욕장을 찾아가다. 평일이어서 인지 한가한데다 경사가 매우 완만하여 녀석이 즐기기에 좋았다. 휴가를 함께하지 못한 바쁜 아빠 대신 제 삼촌이 보디 가드를 해 주다.
- 2012. 8.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