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십 여일이 지났다.
태풍 볼라벤은 생각 밖에 거셌다. 바람이 거세다 하니 거실의 대형 유리창에 테잎을 붙이라고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그럴 정도라면 유리창이 견뎌 나겠냐며 웃어 넘겼다.
출근 후 내 방에서 창 밖을 보니 마치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혀 나갈 듯 바람이 거셌다. 내 집의 나무들도 몹시 고통을 당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
오후 4시 경 귀가해 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한 것 같기도 했는데..
허허, 2층 데크 위의 차양막이 통채로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철제 4각 파이프에 판넬들을 튼튼하게 용접해 붙였고 그 위에 슁글을 깔아 그 무게만도 만만치 않은데 바람에 통채로 날아 가 버린것이다.
차양막은 두 조각이 나서 하나는 연못가에 떨어 져 있고
다른 하나는 지붕을 넘어 집 뒤안 밤나무 밭에 폭격을 맞은 듯 발랑 뒤집어진 채로 나가 떨어져 있었다.
어이없고 그저 황당할 뿐.
자귀나무를 비롯해서 밤과 감나무 가지 일부가 부러지고
밤, 감, 대추 등 과수들은 모조리 떨어져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나 뒹글고 있었다.
허허 참...
나무 잎새들도 강한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수없이 나가 떨어졌다.
일시에 초겨울에 들어 선 것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지붕 위의 접시 안테나도 떨어져 나 뒹굴고, 지하수 펌핑시설과 굴뚝에 덮어놓은 철제 뚜껑도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망연자실이라기 보단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응급처치 정도만 하고는 지금도 그대로 두고 있다.
왜냐하면 차양막같은 경우 겉으론 집의 외모에 거의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아주 깨끗하게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겨울엔 햇볕이 더 필요했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했다.
면사무소에 신고는 하다. 치울 수 있는 인력이나 차량지원이라도 가능한 가 싶어. 예상대로 대단치도 않은 걸 그러느냐는 반응.
이제 마지막 태풍인 듯한 '산바'도 지나갔고 내일 부터는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될거라 하니 이제 하나 씩 하나 씩 슬슬 제 모습으로 바꿔 놓아야 할까 보다.
하지만 발갛게 물들어 가는 枾花를 감상하는 재미는 어찌할까나.
- 2012. 9.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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