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에 꿩들이 참 많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날짐승이다.
집 뒤란 낮은 언덕에도 수시로 내려 앉고, 산책하다 보면 인기척을 감지하고 바로 코앞에서 느닷없이 날아 오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럴 땐 사실 꿩보다 내가 더 놀란다.
조수보호에 대한 관념이 희박했던 때 같았다면 독극물이나 산탄총기류같은 것에 무수히 희생되었을 텐데
이제는 사람이 결코 "유해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선지 가히 천방지축 수준이다.
멀리서 보니 고구마 수확이 벌써 끝난 뒷집 밭에 이상한 물체들이 눈에 띈다. 꿩이다.
무심코 창 밖을 보니 못 보던 물체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가만히 보니 꿩들이다.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육안으로 확인되는 것만 5마리,
잠시 후에 2마리가 더 날아오고 이어서 또 2마리가 날아든다. 자기들끼리의 무슨 신호라도 있는걸까?
한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다. 오늘은 올해들어 가장 많은 비가 오전 중에 쏟아졌고,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자 갑자기 모여든 것이다. 지렁이같은 먹이갘이 많아져서일까?
창에서 대략 100여 m 정도 떨어진 장소를 망원렌즈로 촬영했는데도 첫번째 사진처럼 꿩의 윤곽이 잘 잡히지
않아 다시 문밖으로 나서서 50여 m를 조심스럽게 다가 가다.
하지만 은폐물이 없어 내 모습을 먼저 발견한 녀석들이 숲 안쪽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10여 마리를
일시에 촬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쩝.
주방 창 밖으로의 뒤란 풍경. 붉은 선 안이 꿩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 2014. 8.2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