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지막 날, 어느 새 시간은 오후 1시가 지나 있다. 내가 지금 뭘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뒷산 미륵산을 오르기로 하다. 그동안 직장 일 때문에, 텃밭과 화초 가꾸느라고, 병원 신세 지느라고... 이런 저런 이유로 그냥 쳐다만 봤던 산이었다.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은 몸의 컨디션 조절을 해 보는 것에 주 목적이 있었다. 어쩌다 무릎 관절이 약간 시큰거린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오래 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기에 간과하기로 하다. 하지만 이제 칠순으로 치닫는 형편이고 보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간에 잠시쉬며 휴대전화를 바위에 올려 놓고 10초 셀프 샷.
언제 올랐을까?... 도무지 기억해 낼 수가 없다. 그러니 대충 10년 세월이 훌쩍 지났을까? 그럴만도 하다. 지금 걸치고 있는 상의 자켓은 구입한 지 30년 쯤 된 것 같다. 오래되고 보니 평소 겨울철 작업복으로 사용을 했고 많이 낡아 깃 부분이 여기 저기 찢어졌지만 언뜻 보이질 않아 그냥 대충 걸치고 나섰던 참이었다. 이 블로그 앞 부분 뒤지면 이 옷차림으로 산행한 사진이 있을텐데 그 기억이 아무래도 10년 이전 같다.
내 또래 쯤 보이는 사람이 기념 사진을 부탁하길래 찍어 줬더니 나를 "어르신"으로 호칭하며 이번엔 나를 찍어 주겠다고 휴대전화를 건네 달란다.
"아, 세월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흰머리를 모자로 깊숙히 감추었는데도 내 행색에서 노인 티가 나는거구나...."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 함열 땅인 모양이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온통 뿌옇다. 사는 게 날로 그렇구나.
2018년 한 해의 마지막 낮은 1시간 반 정도 남은 것 같다. 춥기도 하거니와 여기에서 일몰을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지는 해 아쉬워 하산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다.
그리고 솔잎 잔뜩 떨어진 오솔길을 밟으며 귀가해서는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세밑 인사를 전하다. 달랑 사진 한 장이면 너무 무성의한 것 같아 받는 이에게 일일이 사연 적다 보니 세밑의 밤이 깊어져 버렸다.
- 2018.12.3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