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없던 시대엔 마당있는 집이 좋았다. 거기엔 꽃밭이 있었고 평상도 깔아 저녁밥과 함께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었다. 한 쪽엔 닭장도 있었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 아니었을까. 그 우람했던 무화과 나무가 보고 싶다.
부지런한 사람은 아침마다 일찍 일어 나 그 마당을 쓸었다.
오늘 아침 문득 빗자루를 들고 싶어졌다. 오래 된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으로 나서다. 향기로웠던 아까시 잎이 무수히 떨어졌다.
싸르륵- 싸르륵- 요즘의 ASMR, 쓰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대문 앞까지 진입로에만 시멘트 포장을 해 놓아 유난히 마찰음이 크다.
빗질이 끝나면 빗살 지나 간 자국이 유난히 정갈해 보인다. 차마 밟고 지나가기가 아까워
고무신발로 살금 살금 걸어가던 기억. 이젠 그 신발 자국 대신 타이어 자국이 선명한 세상이
되었다.
대문 앞을 쓸기 위해 일부러 신고 나선 고무신. 어린 시절엔 고향 쪽의
새까만 경성고무 신발이 최고였는데....하얀 건 말표 신발이.
말끔해 진 진입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대나무 빗자루는 구입한 13년이 지났는데
요즘엔 구하기가 어렵다. 모두 프라스틱 제품들만.
그 엣날 아버지는 집 주변에 댑싸리 심어 직접 만들어 쓰셨는데....
나도 시간을 내어 근처 대밭에서 빗자루 하나 만들어야 할까 보다.
그래도 내 집에 오래된 대나무 빗자루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 2019. 5.2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