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을 찾다. 남원의 대표적 관광지가 된 춘향테마파크 옆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남원 태생인 화가가 대량의 그의 작품과 책들을 남원시에 기증하게 되면서 지난 2018년에 생겨 난 미술관이다. 지역의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는데도 '한국관광지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많이 알려진 편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듯.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붙든다.
2층 건물에 1,2,3 전시실이 있는데 각 전시실 별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 그의 작품을 풍족하게 접할 수는 없었다. 400여 점이 기증된 것으로 아는데 한정된 공간 때문인지 때때로 교체 전시를 하는 모양이다.
1층에서는 불과 대여섯 작품쯤. 더욱이 그가 지은 책의 발췌된 글과 함께 전시되고 있어서 더욱 그림 작품 전시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한 종이 작가(페이퍼 아티스트 이지희)의 작품전과 함께여서 좀 더 옹색한 느낌. 김병종 그의 그림들이 그가 해외여행 중에 스케치한 내용 위주여서인지 종이 작품들도 해외 유적이나 풍물을 담은 것들이다. 서로 콜라보 효과를 기대한 같은 인상이었으나 내 안목으로는 오히려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어색해 보였다. 그래서 김병종의 그림들이 상대적으로 존재감 없이 왜소해 보인다는 생각.
종이 작품의 경우 그것만의 품격과 특성이 있을 테니 별도의 주도적인 형태로 전시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견해.
2층 2 전시실에도 소량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그래서 역시 전시 공간이 너무 좁다는 생각도.
그가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직접 그리고 쓴 '회첩기행'이라는 것을 일별 하며 그의 화풍과 작품 세계를 좋아하게 돤 까닭에 다양한 그림들을 직접 눈으로 대하고 싶었는데.
동양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우리의 정서와 감정을 그의 특유한 색감과 질감으로 표현하고 있어 흡인력이 있었다.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 앞에서 한참 머무르게 된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걸까? 새삼 느껴지는 나의 무능과 무지.
3 전시실 벽에 붙여진 그의 글. 자신의 삶에도 저녁이 왔다고 술회하며 이젠 그동안의 것들을 정리하듯 작품의 기증과 전시를 결심하게 된 모양이다.
전시실에는 그가 직접 작성한 원고와 사용했던 팔레트 속 물감과 붓 그리고 그가 찼던 손목시계까지 유리상자 안에 담겨있다. 하지만 내 눈엔 마치 망자의 것처럼 보여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하는 느낌. 카메라에 담는 걸 피했다.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존 작가이고 보니 자신의 작품과 삶을 통틀어 보여주고 또 평가받는 것에는 좀 더 숙고함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나만의 너무 편향적인 생각인지.
아무튼 3 전시실은 작가의 지난 삶을 보여주는 듯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작가의 성품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그의 산방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지내고 있는 모습들이 영상으로 투사되고 있어 작은 울림이 있었다. 그런 그의 성향이 어쩌면 지금의 내 삶의 형태와 닮은 것 같아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쩌면 그와 비슷한 연배에다 '남원'이라는 같은 동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날에는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 2025. 1.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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