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

고구마가 안 보여...

소나무 01 2025. 8. 24. 11:03

심은지 100일 정도가 지나면 캐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구마에 잔뿌리가 생긴다고 들었다.

지난 4월 중순에 심었으니 오늘 작업을 하게 되면 수확기가 20여 일 지난 셈인데 서두른다 하면서도 그동안 무더위 탓만 하며 빈둥거렸다.

줄기를 걷어내고 첫  쇠스랑질을 했더니 서너 개가 나온다. 

"어? 괜찮은데...  "

 

고구마 순을 심을 때 100% 활착률을 보였으니 그런가 싶었다. 올핸 잘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처음에만 그랬다. 살펴보니 아닌 게 아니라 잔뿌리가 많다. 더 이상 게으름 피울 수 없어 날 잡아 오늘 땀 흘리며 캐고 있으니 그 수고에 대한 보상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건 순전히 내 욕심이다.

그런데 속도가 붙을수록 고구마는 안 보이고 잔뿌리만 무성한 채로 달랑 뿌리줄기만 나온다. 아니 이럴 수가.

어쩌다 튀어나오는 고구마는 크기가 매우 작고 그나마도 잔뿌리 투성이다.

품종이 그런가? 거름을 안 해서?

두둑을 낮게 해서 그러나? 아님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그도 아니면 땅이 너무 건조해서?

아무튼 종합적인 증상인 것 같아 실소하며 그냥 그런가 보다고 넘기지만 답은 네가 무지하고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 그것이다.

 

400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계속 남지만 심어 놓기만 하고 단 한 차례도 돌보지 않았으니 대풍(?)을 기대하는 내 심보가 잘못이지 꾸짖으며 자성 또 자성. 겨울 간식거리로는 그런대로 충분하지 않냐며 애써 만족.

양이 적으니 그렇다면 순이라도 좀 많이 따야겠다 싶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알 뿌리 외에는 모두 버렸으나 아내가 약간의 순을 골라 땄었다. 뭐 하러 그런 귀찮은 일을 하냐고 핀잔을 주었으나 어느 겨울날 갈치조림에 얹어 내놓은 그 고구마 순 맛에 반해 올핸 무시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꿩대신 닭이라는 꿀꿀한 마음이 더 해져 그다지 유쾌한 심사가 아닌 채로 순을 따게 되고.

이왕지사 이리된 것, 나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여린 잎이 달린 끝순도 하나하나 골라 모두 따다. 

 

 

연일 계속되는 더위가 순 말리기엔 도움이 되고 있는 역설.

그러다 보니 올해는 고구마 농사를 지은게 아니라 고구마 순 농사를 지은 꼴이 되어 버렸다. 캐는 일보다 순 따고 삶고 하는 일이 더 어렵고 시간 걸리는 일이었으나 하늘이 내어 준 결과물에 감사하며. 한편으로 그 독특한 풍미를 맛보게 해 주심에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짝 마르면 실처럼 가늘어져 아주 적은 양이될 것이 뻔하지만 내 손으로 가꿔 이마저 맛볼 수 있음을 행복으로 여기면서.

 

                                                                              - 2025. 8.2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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