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있는 옛모습들
우리 선조들이 옛날에 이렇게 살았다는 교육적 또는 관광으로서의 측면이 우선이고 보니 마치 모든 게 틀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는답시고 그렇듯 불편한 곳에 사람들을 집단으로 불러 놓고 원숭이처럼 살아 보라고 할 수는 없다.
새끼꼬는 할아버지. 다듬이질 하는 할머니, 전통혼례장, 디딜방아 .... 이제는 이런 곳에 찾아와야 그 모습을 대할 수 있는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모두들 독립적으로 아니면 기계적으로 재연되고 있고 보니 그냥 붙박이용 그림 같아 보인다.
외암민속마을에는 지금도 실지로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민가도 있었으나 '사유(私有)민가'라는 것 때문에 내부 구조는 그저 담 너머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은 집과 집을 연결하며 고샅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 주고 있던 편안한 돌담길이었다.
많은 것들이 추억 속에 묻혀 있었으나 돌담 밑 연록의 이 싸리나무만은 나를 40-50년 전 쯤의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여수와 보성, 익산... 아버지는 근무지와 집을 그 때마다 옮겨 다니시면서도 이 싸리나무만큼은 꼭 담 안팎에 심었다.
그래서 가을이면 통통하게 자란 이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결 고운 싸리비를 몇 개씩이나 만드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참 솜씨도 좋았다. 만들어 놓은 싸리비는 광속에 쟁여놓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까지 마당을 쓸고 골목도 쓸고 그리고 거미줄도 걷고... 그랬다.
- 2006. 7.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