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벽돌 지주에 설치해 놓은 우편물함에 박새가 둥지를 튼 것은 지난 6월 10일경. 함을 열었더니 우편물 밑에 이끼를 잔 뜩 물다 쌓아 놓은 새 둥지가 보였다. 집에서 자주 보는 딱새가 산란 장소를 마련하고 있는 것 같아 보호해 줘야 했다.

새가 산란 중이니 우선 우편물을 투입구에 넣지 말고 함의 지붕 위에 올려놓아 달라는 표지를 부착하다.
다음 날 열어보니 이끼 더미 밑으로 둥그렇게 둥지가 만들어졌고 군데군데 부드러운 솜털 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다. 산란이 가까워진 모양.

이틀쯤 후엔 알이 세 개 보이더니 다음엔 4개, 다음엔 6개가 보였다. 모두 6개의 알을 마지막으로 산란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부화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몸집이 아주 작은 딱새가 어떻게 알을 이렇게 6개나 낳았는지. 신기할 정도.

검색해 보니 대개 그 정도의 알을 낳는 것 같고, 부화 기간은 대략 2주 안팎이 걸린다고. 보호를 잘해줘야 했다.
얼굴 마주칠 때마다 서로 인사를 나누던 집배원은 우편함의 부화를 기분 좋은 일로 받아들였는지 우편물을 함의 지붕 위에 얹어 놓고 가곤 해서 고마웠다.
사람타지 않고 은밀하게 새 생명이 탄생시켜야 하니 새는 주변 경계에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화가 궁금한 내 입장에서는 가끔씩 살펴보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새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녀석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주인 소유물 일부를 임차해 쓰고 있으니 나에겐 그럴만한 권한이 있는 것 아닌가?

침입자(?)에 놀라 산란 장소 주위를 맴돌며 경계하는 박새. 내 휴대전화 성능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박새라는 것만 확인했다.

어느 하루 조심히 다가 가 슬며시 함을 열어 보려 하니 요란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새 한 마리가 투입구를 황급히 뛰쳐나간다. 알을 품고 있던 녀석이 당연히 위험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돌발 상황에 오히려 내가 더 놀란 편이었다.
많이 놀랐는지 새는 찝찝, 찝찝 - 하는 다급한 소리로 주위 가까이를 맴돈다.
그런데 올려다보니 딱새가 아니라 박새 아닌가. 박새는 딱새보다 몸집이 더 작은 새다. 요즘 주변에서 자주 보는 뻐꾸기나 지빠귀, 후투티 등에 가려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저렇게 작은 녀석 몸에서 어떻게 알이 6개나 나왔는지 그것 참.
녀석은 잠시 동안 놀라고 불안한 행동으로 내 주변을 오가더니만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동안 위해 받은 일 없으니 내가 자리를 벗어나면 다시 둥지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는 알에서 깨어나지 않았을까 싶어 살며시 들여다보니 오, 2마리가 태어 나 작은 몸짓을 하고 있다. 새로운 탄생은 모든 생명체가 하나같이 경이롭고 신비하다. 둥지를 처음 발견한 후 산란을 목격한 후 2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우편함을 열어 날마다 부화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산란 상태의 새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싶어 사나흘에 한 차례 정도 살펴본지라 부화 과정의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

우편함 투입구에 카메라를 살짝 들이 밀었더니 제 어미가 먹이를 가져 온 것으로 착각, 2 마리가 입을 잔뜩 벌렸다.

새끼의 몸에 어느 새 잔털이 나기 시작. 얼마 후면 둥지를 떠나 가리라.
오늘 아침 이곳에 호우주의보가 내렸을 만큼 요란함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방수처리(?)가 된 우편물 함이니 녀석들은 비에 젖지 않고 잘 있을 거라 여겼다.
점심 무렵에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모두가 건재하다. 몇 녀석은 먹이를 넣어달라고 그 특유의 큰 입을 계속 벌리고 있었다. 오! -
6 자식을 키우려니 어미 새가 몹시도 바쁠 것이라는 생각 해 본다. 앞으로 또 며칠을 함께해야 될지 모르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자유로운 삶이 되고, 가능하면 내 집 근처에서 자주 마주치길 바라고 서로 행복할 수 있기를.
- 그동안 내 집 일부 전세에 대한 임차료?
그거 완전 무료다!
- 불법 주거 침입?
그딴 거 없다. 잘만 살아라!
- 2026. 7. 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