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봤으면 됐지...

소나무 01 2026. 7. 16. 11:49

사과 얘기다. 마당에 심어 놓은 3그루 사과나무 중에 유독 한 그루에만 열매가 잔뜩(?) 달렸다. 풍성했던 사과꽃이 지고 난 다음 수정이 잘 이뤄졌는지 가지마다 열매가 수없이 매달렸었고, 너무 많은 것 같아 그것들을 상당량 솎아 냈는데도 지금 얼추 50여 알이 커 가고 있다.

 

계속 잘 키우면 탐스런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으나 그건 그냥 기대일 뿐이었다. 첫째는 한 삽 깊이로 파면  바로 단단한 암반층이 나오는 바람에 뿌리로부터의 양분 섭취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그래서 거름 주기를 아예 하지 않았고, 둘째 그나마 주먹 크기 이상의 건실한 열매를 위해서는 살충제 등을 수없이 살포하며 지켜내야 하는데 그 수고가 크고 비생산적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이웃 마을 사과농장의 경우 거의 1주일 마다 한 번 씩 방제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새벽마다 들리는 작업 차량의 요란한 소음에 잠에서 깰 때가 있는데 저렇게 많이 소독을 하는구나 싶어 쉽지 않은 과일 농사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결국 관상용?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봄에 연분홍의 예쁜 꽃이 피더니만 이내 동그란 열매들이 매달리기 시작하고, 그리고 그것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모습 그것만으로 나의 사과 재배는 일정 기간 동안의 관망 그것에서 멈췄다. 

오늘 아침 제법 탐스러워진 모습으로 매달린 사과알을 보면서 가을의 시큼하고 달콤한 맛을 기대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보기 좋구나. 그래 그냥 봤으면 됐지... "

거기 까지다.

 

지금도 벌레가 알의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간 게 눈에 보인다. 조금 더 있으면 전체적으로 퍼지며 사과 알의 변색이 시작되면서 성장이 멈추고 낙과가 시작될 것이다. 잎은 잎대로 누렇게 퇴색하며 제 철보다 일찍 지게 될 것이고.

나무에겐 미안하지만 주인과의 관계가 그렇다.

 

주인의 무관심 또는 나태함일테지만 그럼에도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주며 보는 기쁨을 선사하는 '부사'라는 품종의 사과나무에 감사한다. 

 

일반적으로 꽃사과라고 부르는 것보다 알이 굵은 '메이폴'이란 이 품종의 이 나무 열매도 탐스럽게 매달렸지만 요즘 하나 둘... 수없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아깝다는 생각이 우선이지만 이 역시 그 '봤으면 됐지'로 만족한다.

붉게 익은 모습이 퍽 맛이 들어 보이지만 '아니올시다'이고 그래서 한 때 효소로도 담가 보았지만 의미가 없었다. 그냥 관상용 그 자체.

 

- 한 여름 마당에서 사과 알을 대하며 잠시 가져보는 단상.

 

                                                                       - 2026. 7.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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