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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 만들기

황토방 하나 있어 군불 때는 재미가 있다. 아내가 오면 한 여름에도 불을 땠다. 나이도 있고 하니 옛 어른들 말씀처럼 뜨거운 방에서 몸을 좀 "지지라"고 그러는 것이었고, 아내는 좋아했다. 아궁이가 있어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얻는다. 어쩌다 한 번 씩 불을 넣고 보니 땔감 소요가 많은 것은 아니다. 나무들이 많이 자라 울타리 안에서 가지치기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겨울엔 아내가 황토방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 나무의 소비가 제법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밖에서 구해 올 필요가 없을 만큼 여유가 있지만 이게 타고 나면 한 줌 재로 변하는 것이고 보니 평소 많이 준비되어 있어야 안심이다. 완전히 소모가 될 때까지 마냥 축낼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 노동력 한계를 생각해서라..

내 집 이야기 2021.01.10

낙엽을 치우며

떨어진 잎을 그냥 쳐다보며 이 가을을 보내고 싶지만 누가 보면 참 게으른 사람이 사는 집으로 단정지을까 봐 사실 그게 부담스러워 낙엽을 치우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 했으니 행여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낙엽을 볼 때마다 오 헨리보다는 피천득의 낙엽이 많이 생각이 나서 올해도 쓸어 모아 태울까 싶었지만 제법 너른 마당을 갖고 살면서도 이젠 그럴만한 공간이 없어 웅덩이에 버리기로 하다. 또 하나, 솟아 오르는 연기를 보고 소방관서에서 득달같이 달려올 것 같은 우려감도 없지 않거니와 언젠가처럼 자칫 실수하여 산불을 낼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없지 않아서다. 마당에 떨어진 낙엽들을 부지런히 긁어 모으다. 갈쿠리라는 용어를 듣는 것 만으로도 옛생각이 아련한데 직접 손에 들고 일함이 정겹고 즐겁..

내 집 이야기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