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날은 참으로 무더웠다. 노동력이 필요한 밖에서의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1주일 여를 더 지나야 평년 날씨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 9월, 마음 안에 이미 가을이 들어섰다.숫자 상의 여름인 지난 6월부터 대문 밖에 나가 석양을 보았다. 저녁을 마친 후 한낮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해질 무렵에 집 주변을 거닐며 서녘의 노을을 볼 수 있어 좋았다.해는 그 자리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졌지만 주위의 구름과 노을빛은 날마다 새로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그냥 무연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악 가라앉았다.그리고 남겨 두고 싶었다.가능한 같은 사이즈로 담았다. 똑같은 자리에서의 자연 현상 그대로.미처 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여름날 3개월 동안의 석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