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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석양

지난 여름날은 참으로 무더웠다. 노동력이 필요한 밖에서의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1주일 여를 더 지나야 평년 날씨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 9월, 마음 안에 이미 가을이 들어섰다.숫자 상의 여름인 지난 6월부터 대문 밖에 나가 석양을 보았다. 저녁을 마친 후 한낮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해질 무렵에 집 주변을 거닐며 서녘의 노을을 볼 수 있어 좋았다.해는 그 자리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졌지만 주위의 구름과 노을빛은 날마다 새로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그냥 무연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악 가라앉았다.그리고 남겨 두고 싶었다.가능한 같은 사이즈로 담았다. 똑같은 자리에서의 자연 현상 그대로.미처 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여름날 3개월 동안의 석양을 ..

내 집 이야기 2024.09.01

닭장 확장

청계 중병아리 9마리가 새 식구로 들어오면서 기존의 닭장이 좀 좁아졌다. 많아 보인다. 이전에 20여 마리 성계를 어떻게 키웠나 싶다. 이 녀석들은 다른 품종들과는 달리 호기심이 많은 데가 호들갑을 떠는 스타일이어서 생동감이 있다. 약간의 거리를 이동해도 종종걸음 대신 날쌘돌이처럼 냅다 뛰어 다니는 모습이 우습다. 달리 표현하면 정신 사나울 정도로 녀석들이 좀 산만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아직 병아리 티를 벗지 않아 귀엽고 사랑스럽다. 암수 구분이 육안으로 구분되는 시기까지 키우면 과연 몇 마리가 암탉으로 될지 궁금. 기존의 닭장 옆으로 약간의 방사장이 있으나 허술하게 울타리를 둘러 허접하였다.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에서 활동하도록 나름 배려한 것이었으나 천정 그물이 없어 저녁 이후로는 족제비로부터의 피해..

내 집 이야기 2024.08.30

미스터리한 향기

저녁 후 마당을 거닐고 있었는데 은근한 향기가 느껴졌다. 시간 상으로는 7시쯤?뭐지? 그 향기는 꽃밭에 심어진 화초나 나무가 아닌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존재에서 풍겨 전해오는 것 같았다. 마치 쥐똥나무나 때죽나무 그것처럼 약간의 자극이 느껴지는 향. 특별히 좋은 건 아니지만 은은함이 있어서 좋았다.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그 진원지를 찾아낼 수 없어 궁금. 비슷한 향의 목서는 아직 개화 시기가 아니어서 미스터리에 빠지다.집 언덕과 뒷산 쪽에서 건너오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만한 나무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카시나 밤, 자귀 꽃들은 이미 오래전에 졌고 보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향기는 며칠 째 저녁 무렵부터 계속되었지만 실체를 알 수 없었다.엊그제는 유독 향이 강해서 약간 머리가 아플..

내 집 이야기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