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20

풍선 덩굴

지난겨울 지인이 씨앗을 건네줬다. 덩굴처럼 올라간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을 뿐 까만 씨앗은 마치 서리태처럼 생겨서 덩굴 콩의 한 종자인 줄만 알았다. 덩굴로 뻗는 동부콩을 심어본 일이 있었는데 시원치 않아 무관심했다. 마땅히 심을 만한 터도 없었다.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날 생각해서 종자를 건네준 그 마음이 고마워 결국 올봄 대 여섯 알을 자투리 땅 적당한 곳에 대충 파종.  그랬더니 마치 여주의 새 순 같은 싹이 돋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싹이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 반갑고 고마워 잘 길러보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었다.전반적으로 매우 연약한 모습의 잎과 줄기였지만 나중에 어떤 모습이 돌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중 닭장 밖에 심은 것은 거름기가 있어서 인지 유독 성장..

2024.07.26

용화산에 오르면서

한동안 산행이 뜸했다. 텃밭과 화초, 나무 가꾸는 일에 시간과 손이 많이 갔다. 나름 짜인 바깥일에서 볕이 따가워지고 보니 잠시 쉬고 싶어졌다. 얼마 전 약간의 장마 피해가 있어 땀을 좀 쏟고 났더니 산에 가고 싶어졌다. 마음속으로는 사실 늘 산에 오르고 싶었지만.  내 집 동쪽 가까운 곳에 용화산이 있고 요즘의 아침 해는 늘 그곳에서 떠오른다.날마다 대하는 산인데 며칠 전부터 길게 뻗은 능선이 자주 시건을 멈추게 했다. 이번에는 저기 보이는 오른쪽 방향에서 시작하여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는 능선을 따라 한번 올라 봐야지... 했다.9시가 지났는데도 운무가 걷히지 않아 정상에서의 시야 확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서다.  마한박물관이 있는 곳에 입구가 있다. 예전에 그 앞 서동공원을 찾으면서 ..

산행 2024.07.14

자귀나무의 수난

장맛비에 자귀나무가 쓰러졌다. 비 잠시 그쳐 아침 일찍 마당을 거닐고 있는데 자귀나무 잎이 유난히 가까이 보였다. 밤새 접혀있던 잎이 아직 그대로여서 합환수(合歡樹)라는 그 의미를 떠올려 보며 반가워했다.  그런데 무심코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는데 이 자귀나무 가지가 앞을  턱 가로막고 있지 않는가.아이쿠! 가지가 부러져 내린 것이다. 가지 하나가 아니었다. 살펴보니 나무 전체가 쓰러졌다. 나무 본체의 중간 부분이 참혹하게 꺾여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그동안 빗물을 흠뻑 먹어 줄기와 잎이 무거워진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본체 중앙에 커다랗게 뚫렸던 새집 때문에 약해진 그 부분이 꺾여 나간 것이다.몇천 전 딱따구리가 찾아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둥지를 만들어 살다가 새끼를 길러 떠난 바 있는데 분명 ..

내 집 이야기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