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분명 그렇게 따지듯 항의할 것이다.내가 호박에게 늘 갑으로 군림한 대가를 지금의 참담한(?) 결과로 돌려받고 있다. 심을 때 딱 한 번 거름을 준 것 말고는 이후 나 몰라라 했으니.올해 호박 농사를 망쳤다는 넋두리다. 해마다 모종을 구해 심었는데 올봄엔 지난해 수확했던 것 중에서 건강해 보이는 씨앗을 골라 적당한 간격으로 파종했었다. 생각대로 모두 싹이 잘 올라왔고 왕성히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암꽃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일이 지나면 나오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다 작은 구슬 같은 것을 달고 나오는 암꽃순을 보면 그리 반가웠고. 그러나 다시 그 자리에 가 보면 아기 주먹만큼 커져 있어야 할 호박이 사라지고 없었다. 한두 개가 그러려니 하고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