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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 수확

토란을 심겠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어린 날의 추억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토란잎을 보면 이슬방울들 모여 움푹 들어 간 토란 잎 한가운데 영롱한 물방울로 담겨 있었다. 잎을 기울이면 영롱한 물방울은 옆으로 또르르... 반대쪽으로 기울이면 다시 옆으로 또르르... 봄날 시장에서 구근을 5천원 어치 구입해서 심었는데 지인이 심어보라고 또 구근을 주는 바람에 제법 많은(?) 면적에 심었다. 무럭무럭 잘 커 주었다. 아내는 토란을 볼 때마다 토란국보다는 줄기를 말려 육개장 같은 데 넣어 먹으면 좋은데... 하며 은근히 그런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하여 굵은 것을 위주로 베어 말려 보기로. 육개장 먹을 때 입안에서 씹히는 그 독특한 맛을 아는지라 일하는 동안 계속 군침이 돌고,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너..

텃밭 농사 2022.11.03

도토리 줍기

울 안에 오래된 토토리 나무가 몇 그루 있다. 해갈이 하는지 지난해엔 도토리가 거의 열리지 않았는데 올핸 땅바닥에 지천으로 떨어진다. 터를 잡아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할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해가 거듭되면서 그냥 방치하는 게 아깝다 싶었다. 텃밭을 가꾸며 먹거리를 만들어 먹는 즐거움이 있지만 거기엔 반드시 상응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채소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꾸준히 보살피면서 적당한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도토리의 경우는 순전히 공짜다. 울 안에 이런 나무가 있다니,,, 주울 때마다 나무에 고마워한다. 다만 주어서 그냥 먹을 수 없고 껍질을 까고, 분쇄하고 그리고 수없이 쳐대서 물과 함께 가라앉혔다가 다시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러나 그 자체가 별미..

내 집 이야기 2022.10.19

호박꽃 단상

흔한 꽃이 호박꽃이요 꽃 자체의 펑퍼짐한 자태로 인해 호박꽃도 꽃이냐고 비아냥 거린다. 특히 특정 여성을 겨냥하여 그리 호칭함은 일종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들린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평소 호박꽃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호박을 얻기 위해 심어 가꾼다는 생각뿐 호박꽃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며칠 비 내리고 날이 더워 줄곧 집 안에 머물면서는 다시 쳐다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올라갈 땐 안 보이던 꽃이 내려올 땐 보이더라는 시구와 같이. 아침 일찍 창밖을 보니 호박꽃이 샛노랗게 피어 눈에 빨려 들어온다. 하루에도 수 십개 피는 것 같은데 나팔꽃 그것처럼 아침 일찍 피었다가 오전 중에 시들어 버리니 평소 내 시선을 끌지 못했던 것일까? 오늘 아침은 한참을..

내 집 이야기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