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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 새 꽃

삼지닥나무 꽃이다. 닥나무이긴 하되 가지가 3개로 뻗어 나온다는 의미의 삼지(三枝) 닥나무. 그 삼지닥나무에 핀 꽃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뭉쳐 아래로 향해 피었는데 작은 꽃들이 앙증맞으면서도 꽃자루에 난 하얀 솜털이 오래전 설악산에서 봤던 에델바이스처럼 품격이 있었다. 만지면 마치 기모옷감처럼 매우 부드러울 것 같았다. 지난해 봄, 집 안의 양지바른 곳에 심었었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수소문하다가 전주에 있는 한 농원과 연이 닿았다. 내가 직접 가려했는데 재배업을 하는 주인이 내가 살고 있는 방향으로 갈 일이 있으니 직접 실어 다 주겠단다.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무였는데 싹이 죽어있는 메마른 가지 형태였다. 지난겨울이 많이 추워서..

2022.04.05

수탉을 생각한다 2

어찌어찌하여 기르고 있던 수탉 중 2마리만 남겨 놓고 모두 처분했다고 지난 글에 그랬다. 그래서 그 후로 좀 홀가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레그혼 계의 대장 닭 때문. 녀석이 나름 보스 역할을 하며 암탉들을 보호하는 것은 좋으나 제 주인까지 경계하거나 공격하는 것에 인내하기 쉽지 않았다. 이 녀석은 대장 닭답게 몸집이 크면서 벼슬과 육수, 부리 등이 예사롭지 않아 위엄을 느끼게 한다. 내가 사료를 주거나 둥지에 알을 꺼내려고 닭장 안으로 들어서면 딴청을 부리는 듯하면서도 주인인 나에게도 매서운 시선을 보내며 경계하는 것이었다. 암탉들에게 무슨 해꼬쟁이라도 할까 봐서다. 녀석이 어떻게 하나 보자며 옆에 있는 암탉을 살짝 건드리면 꾹꾹 꾹- 하는 위..

내 집 이야기 2022.03.30

다시 찾아 온 봄

지난겨울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겨우내 했던 일이라곤 뒷산에서 땔감 마련해 온 게 전부였을 정도로 거의 매일 움츠리고 지낸 편이다. 계절이 운행은 어김없고, 다시 봄이 찾아들었음이 유난히 각별하다. 그 각별함의 사유란 아무래도 나이 탓 아닌가 싶다. 어쩌다 친분 있던 사람들의 부고가 불쑥 날아들어 오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나도 이미 '노인'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는 것에서 생사불이(生死不二)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누구나처럼 마음이 젊다 생각하기에 지금도 밖의 새로운 직장에서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 하면서도 그러나 그것도 결국 욕심 아닌가 싶어 진즉 은퇴했으니 내 하고 싶은 것 하며 조용히 지내자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찾아든 봄에 농기구를 잡..

텃밭 농사 2022.03.14